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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이혼하고 통과하는 늦춘기 ‘엄마로 남을 것인가, 여자로 남을 것인가’

희소 주제 웹툰 데뷔작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 인유유 작가 인터뷰
등록 2026-02-12 15:14 수정 2026-02-13 14:07
네이버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 프롤로그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네이버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 프롤로그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50대에 이혼한 여자의 삶은 어떨까. 비참함이나 외로움은 잠시 접어두자. 당사자는 도리어 이렇게 외칠지도 모른다. “머가 슬프고 외롭노, ×× 속이 다 시원하구만.” ( 네이버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 프롤로그에서 )

시원한 일갈 뒤에 남겨진 삶은 녹록지 않다.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이 결혼 바깥 세상에서 자립해야 하는 50대 여성 송이연의 삶은 ‘박복함’의 기록이다. 네이버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는 경남 창원을 배경으로 갓 이혼한 송이연이 중년 연애 시장의 거친 풍파를 통과하며 겪는 뒤늦은 사춘기를 다룬다.

다시 만난 첫사랑, 처음 얻는 세상의 관심, 그리고 뒤이은 배신들. ‘엄마로 남을 것인가, 여자로 남을 것인가’라는 가혹한 질문 앞에서 송이연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과 함께 인생 처음 태풍 속으로 뛰어들며 독자를 날것의 세상으로 데려간다. 그러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기 때문인지 작품의 댓글창은 ‘많이 울었다’는 50대 남성부터, ‘가족이 떠올라 웃기면서도 화가 난다’는 독자까지 각자가 응어리를 풀어내는 거대한 씻김굿의 현장이다. 데뷔작으로 폭풍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인유유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50대에 이혼한 송이연이 중년 연애 시장의 거친 풍파를 통고하며 겪는 뒤늦은 사춘기를 현실감있게 그린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50대에 이혼한 송이연이 중년 연애 시장의 거친 풍파를 통고하며 겪는 뒤늦은 사춘기를 현실감있게 그린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함부로 판단하지도, 함부로 가르치지도

 

—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됐는지 한 문장으로 답한다면요?

“‘아무도 앉지 않은 자리가 남아 있어서 내가 앉았다’겠네요. 작품을 그리고 싶을 즈음, 네이버 웹툰 연재직행열차 공모전을 알게 됐어요. 1등이 없고 장르별로 작품을 받는다는 점을 확인했어요. 기존 작품 중에는 중노년을 다룬 작품이 많지 않았어요.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플랫폼에 부합하면서도 제가 그릴 수 있는 소재라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작업하면서 꼭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나요?

“지나치게 타협하지 않는 것. 그리기 귀찮은 각도라도 피하지 않고, 이야기가 길어지더라도 처음에 계획한 내용은 다 담아 한 편 안에서 제대로 된 맛을 내려고 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요?

“제대로 완결이 난 이야기. (열린 결말이나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게 싫다는 말일까요?) 아니요, 말 그대로 완결이요. 마무리가 없는 영화는 극장에 걸릴 수 없고, 마지막 편이 없는 드라마는 방영될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이야기는 결국 끝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요.”

—창작하면서 경계하는 태도가 있나요?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마음이요. 부모나 자식 세대에 대한 통찰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그럴 입장도 아니고 아무도 해달라고 안 했으니 진정하라고 자아를 눌러줍니다.”

—작품 구상에 영감을 준 실제 경험이 있나요?

“아무래도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들이겠죠. 근래 가장 깊게 한 생각은 부모 세대와의 가치관 차이에요. 자식은 부모를 바꾸고 싶어 하는 면이 있잖아요. 우리 부모는 왜 그럴까? 왜 편견을 가질까? 왜 더 도전하지 않지? 제 친구들도 이런 고민을 하길래 스스로 묻고 답해봤어요. 난 왜 부모가 좀더 진취적으로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까? 그게 보기 좋으니까. 누구 보기에? 나 보기에. 그럼 내가 보기에 좋다는 건 뭘까? 내가 좋아하는 건 자아를 제대로 지닌 독립적인 개체. 근데 독립적인 개체가 항상 좋은 걸까? 모두가 독립적이면 그게 이상적인 사회일까?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상대를 바꿔도 되나? 그럼 그 사람이 독립적인 건가? 그렇게 부모를 계몽해서 얻는 충족감이 나의 만족인지 부모의 행복인지 고민하다보니, 살아감에 있어서 다양함은 너무나 중요한 가치고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도 많아진 것 같아요. 윗세대가 10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살아갔다면 그 자식들은 100가지를 표현하며 살아가고, 그러다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들은 1천 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겠죠. 1천 개 쓰는 입장에선 100개 쓰는 사람이 답답할 것이고 100개 쓰는 입장에선 1천 개면 너무 번잡하지 않나? 왜 저렇게까지 나눴을까 좀 단순하게 살지 하며 서로를 답답해할 수밖에 없겠죠. 이런 고민에 명확한 답은 없기에, 생각이 이어질 때마다 기록해두고 만화를 그릴 때 조금씩 빌려와 쓰고 있습니다.”

“송이연이 가여워 많이 울었다”
경남 창원에 사는 50대 이혼 여성의 애정기를 다룬 네이버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 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제공

경남 창원에 사는 50대 이혼 여성의 애정기를 다룬 네이버 웹툰 ‘송이연 50살, 이혼 한 달 차’ 의 한 장면. 네이버 웹툰 제공


 

—웹툰 댓글창에서 ‘이 지점까지 읽다니’ 감탄한 해석이 있었나요?

“1부에서 송이연이 자식에게 사과하기 위해 ‘비싼 과일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싸구려 과자로 발길을 돌리는 장면이 있어요. 단순히 비싸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딸에게 주기 위함이지만 용서받기 위해 사는 선물이라 결국은 본인을 위해 쓰는 게 되는) 큰돈을 써본 적이 없어서 싸고 쉬운 길로 마음을 돌리는 장면을 독자가 정확하게 읽어줘서 감탄했습니다. 대부분의 댓글이 통찰력이 깊어 읽을 때마다 놀랍니다.”

—송이연을 그릴 때 작가님은 인물의 변호사인가요, 판사인가요, 기록자에 가깝나요?

“송이연이 가엽고 안타까워요. 그래서 종종 송이연의 파트를 그릴 때는 가여워서 혼자 울 때도 있어요. 저는 기록자이면서 동시에 그 캐릭터 본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요. 그게 악인이라 할지라도요.”

—우유부단한 성격부터 불륜, 가정폭력, 첩 등 ‘욕먹기 좋은’ 여성 캐릭터와 소재가 대거 등장합니다. 이들을 그릴 때 고민된 부분은 없었나요?

“모든 캐릭터를 독자에게 이해시키거나 좋게 보이게 할 필요가 없고, 독자가 인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오는 해방감이 있어요. 이연이가 얄미운 행동을 하거나 실수하는 순간, 갑자기 성찰하고 각성해 자아를 찾는다면 보기에는 좋겠죠.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결국 이상한 선택을 하고 마는 것이 훨씬 재밌고 현실적인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되도록 브레이크 없이 이야기를 진행하고, 극의 흐름에 필요하다면 어떤 인물이든 망설임 없이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담담한 내레이션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쓰면서 울컥했던 장면이 있나요?

“1부 17화에서 이연이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요. ‘내가 나를 사랑해주질 않으니 남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 이 굴레는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이었을까. 어디서부터 굴러왔길래 멈추지도 못하고 나를 상처 입히고 내 자식도 상처 입히고 부족한 인간이 멈출 줄을 모르고 부족한 부모가 되어 자식을 옥죄고 최후엔 스스로마저 망가트리는 이 굴레가 지겨웠다.’ 이 부분은 글 콘티를 쓰고 채색하는 내내 눈물이 났어요.”

어떤 얼굴로 서 있든, 응원하는 마음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지만 제대로 방법을 몰라 계속 자신도 모르게 좋지 않은 길로 가게 되는 송이연의 서툴고 때로는 파괴적인 선택들은 결국 우리 안에 숨겨진 결핍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처럼 ‘누구의 자리도 아니어서 앉게 되었다’는 그 자리가, 지금은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가장 뜨거운 자리가 돼 있다. 매주 목요일을 기다리게 한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며, 그가 끝내 도달할 ‘완결’이라는 목적지를 응원한다. 이 굴레의 끝에서 송이연이 어떤 얼굴로 서 있든, 우리는 그와 함께 비로소 각자의 해방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궁금한 건 당신’ 저자

 

인유유 작가의 플레이리스트

 

잭 디. 필름스(Zack D. Films)

온갖 잡지식과 이야기를 짧게 알려주는 국외 채널인데요. 생각지도 못한 내용을 보여줘서 매번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많이 자극하는 채널이라 생각이 너무 정형화될 때 보면 큰 자극이 됩니다.

 

셰프 이탈리아노(Chef Italiano)

아름다운 생면 파스타를 만드는 채널로, 색감도 예쁘고 모양도 특이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져서 자기 전에 보는 채널이에요. 묘하게 안정감을 주는 힐링 채널입니다.

 

위대한 쇼맨 OST ‘디스 이즈 미’(This Is Me)

영화 이전에 이 뮤직비디오를 먼저 봤는데 마음을 울리는 노래라 보면 항상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요.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기다려 내가 갈 테니’ 부분이에요. 뮤지컬적으로 많은 출연진이 나와서 감동을 주는 연출과 희망을 주는 순수한 내용이 좋아서 볼 때마다 감동합니다.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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