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을 원한다면 안 됐지만, 돈은 없다. (…) 그래도 만약 (딸을) 풀어주지 않으면, 난 널 추격하고 찾아내 죽일 것이다.”
영화 ‘테이큰’ 속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리엄 니슨)는 딸을 납치한 인신매매범과의 첫 통화부터 비범함을 숨기지 않는다. 중후하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관객을 안심시킨 그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끝에 딸을 구출해낸다.
아쉽게도 ‘테이큰’의 흥행 요소인 ‘통쾌함’은 스크린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식이 납치당한 부모는 정신적 포로가 돼 범인의 요구에 따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몸값을 지급한다. 2014년 1월 딸이 납치됐다고 연락을 받은 미리암 로드리게스 역시 그랬다. “괜찮니? 그자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니?” 로드리게스가 몸값을 요구하는 범인과 한 통화에서 던진 첫마디는 밀스와 달랐다. 하지만 그해 집단 매장지에서 딸의 주검을 찾은 순간부터 달라진다.
미국 텍사스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로드리게스는 영화처럼 화려한 액션으로 범인을 사적으로 단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공권력의 도움 없이 홀로 2년간 딸을 납치·살해한 혐의가 있는 마약 카르텔 ‘세타스’ 조직원 10명이 법률·사회적 단죄(6명 교도소 수감, 4명 사살)를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이자 논픽션 작가인 아잠 아흐메드는 책 ‘두려움이란 말 따위’(동아시아 펴냄)에서 로드리게스의 추적기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책은 2020년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그녀는 멕시코 전역에서 딸의 살해범을 하나씩 추적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을 촘촘하게 구성하고자 4년간 로드리게스의 가족, 주민들, 주정부·연방정부 수사국 관계자 등을 100회 이상 인터뷰했다. 수사 당국이 기밀로 봉인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피의자들의 사건 파일과 재판 기록 등 방대한 자료 조사도 병행했다.
납치범 추적에 모든 것을 쏟았던 로드리게스의 향후 행보는 영화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는 멕시코의 또 다른 로드리게스들, 즉 실종 피해자들의 가족과 연대하는 일에 힘을 쏟는다. 마약 카르텔의 폭력 속에 실종된 10만 명 넘는 피해자의 가족들을 돕고자 ‘실종자 가족연대 모임’을 설립한 다음,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인권운동가로 거듭난다. 책은 로드리게스의 죽음과 관련한 별도의 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그가 2017년 어머니의 날(5월10일)에 카르텔의 보복으로 피살되는 순간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424쪽, 2만원.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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