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왜 이렇게 웃기신 겁니까? 이렇게 진지하고 짠한 주제로 이렇게 사람 배꼽 잡게 하셔도 되는 겁니까?” 소설가 장강명이 (정아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원고를 읽으며 몇 번이나 중얼거린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한참을 읽는 동안 이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엄마가 되어 답답한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작가의 상황을 보며 어떻게 웃을 수 있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세상에 나온 지 이제 1년6개월 된 아들 녀석과 24시간 붙어 있으며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배우자를 보곤,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혔던 나에게 이 책은 그 상황을 복기하는 것에 가까웠다. 얼마 전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을 읽었는데, 아이가 돌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김지영씨에게 이상이 생긴 것을 보며 그 시기가 아내가 유독 힘들어하던 때와 비슷한 것을 깨닫고는 괜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치지 않으면 다행인 중압감. 대한민국 엄마들이 육아라는 과제 앞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그런 것 아닌가 싶다. 그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을 보고 감히 웃을 수 있다니. 남자라서 그런가, 아이를 안 키워봐서 그런가, 혼자 투덜대며 절반 이상을 읽어나갔다.
그러다 내게도 웃음이 찾아왔다. 책 절반을 조금 넘은 지점, 구성상으로 총 9부 중 7부에 이르렀을 때다. 세상의 온갖 모순을 짊어지고 외롭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던 저자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구체적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한층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지면서다. 그전까지는 책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육아 스트레스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이 나를 옥죄었다. 혹시 그 팽팽한 긴장의 끈이 끊기기라도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며 봤달까. 하지만 고비가 넘어가자 조마조마한 마음이 사라졌다. 어느새 단단해진 ‘엄마’를 보며, 이 정도 고난은 결국 헤쳐나가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기니,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드가 바뀌고 나니 장강명 작가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에서 부모로서 아이와 육아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한 가정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어떤 자세로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지도 감 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육아와 독서에 대한 에세이지만, 잘 교육받은 (그래서 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동시에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적 모습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맞서온) 한 여성이 엄마가 되어 온갖 혼돈과 모순에 빠져 분노와 열패감에 빠졌다가 이를 극복하고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 한편으로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필요한 대목을 골라 읽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보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겐 확실한 위로가 될 것이다. 육아는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온 아빠들에게도 분명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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