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 오른 기자는 시민사회로부터 군대 감시 명령을 받은 이다. 전선에 오른 기자가 복종할 대상은 오직 시민뿐이다.”
35년여 지구촌 곳곳의 전쟁터를 누비며 숱한 ‘단독’을 쏟아낸 전선기자 정문태가 새 책 ‘전선일기’(원더박스 펴냄)를 내놨다. 한자 한자 공들여 썼을 텐데, 단숨에 술술 읽힌다. 사실이기에 더욱 믿기지 않는 전선의 우여곡절이 마치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듯 빼곡하다. 타이 북부 치앙마이를 둥지 삼아 반평생 세계를 떠돈 그의 혈액형은 스스로 고백하듯 집시를 뜻하는 ‘지(G)형’인 듯싶다.
전쟁은 곧 죽음이다. 저자는 “모든 전쟁의 희생자는 시민이었다. 군인의 죽음은 영웅이었지만, 시민의 죽음은 숫자였을 뿐”이라고 썼다. 그가 “시민 편에 선 전선기자”를 다짐하는 이유다. “정치의 가장 극단적 행위가 전쟁”이라고 여기는 그는 “전선에 몸부터 던져놓고 상상력으로” 접근 불가능한 전쟁터를 향해 내달렸다. 그렇게 쿠데타와 군부독재로 점철된 버마(미얀마)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민의 저항과 만났다. 학살의 땅 아체에선 “누구든 총 맞아 죽으면 다 반군이다. 반군이라서 총 맞아 죽은 게 아니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패망을 앞둔 남예멘에서 마지막으로 철수한 외신기자(1994년 6월)이자, ‘판지시르의 사자’로 불렸던 아프가니스탄의 전설적인 게릴라 지도자 아마드 샤 마수드를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외신기자(1997년 2월)이기도 하다.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다. 그가 ‘군대를 따르는 기자’ 곧 ‘종군기자’란 표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그런 그에게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미국이 도입한 동행취재(임베디드)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전쟁’만 보여주려는 “아주 새로운 전시언론통제술”에 불과하다. 그는 “언론통제는 불법전쟁의 자백이다. 군인들 신경질은 부도덕한 전쟁의 증거”라고 썼다. 직접 듣고, 보고, 만지고, 느낀 것만 믿는 그는 “‘기자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따위 말은 믿지도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고 말한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1992년 5월의 방콕과 1998년 5월의 자카르타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여전히 ‘현역’인 그는 “오늘도 강 하나로 갈라버린 세상, 인류 최악의 발명품인 국경선”을 넘나든다. 그리고 소망한다. “전쟁 없는 세상, 오늘 밤 이 전선일기가 마지막이기를.” 400쪽, 2만2천원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오늘도 무사히
임준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8천원
의료전문가이자 현장활동가인 임준 인하대 의대 교수가 한국의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이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분석했다. 고소득 국가 한국에선 매년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2천 명이 넘는다. 산재 통계의 비밀, 개별화된 노동자 건강, 의료비 상승 문제 등을 다방면으로 다뤘다.
내가 먹지 않는 이유는요
박지현 지음, 최혜령 그림, 풀빛 펴냄, 1만3천원
식이상담 전문가인 저자가 식이장애를 설명하는 청소년 도서. 거식증과 폭식증, 먹고 토하는 ‘먹토’ 이야기, 가짜 배고픔과 배부름, 식사규칙 강박 등도 다룬다. ‘프로아나족’ ‘개말라 인간’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분노, 낮은 자존감 등과 관련이 있다며 심리적 문제도 함께 살피도록 이끈다.
돌봄의 상상력
김영옥·류은숙 지음, 코난북스 펴냄, 1만7천원
2022년 ‘돌봄과 인권’을 함께 쓴 김영옥·류은숙 두 저자가 함께 다시 쓴 돌봄 이야기. 2년간 저자들은 다양한 돌봄의 당사자들, 사회적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인터뷰했고, 돌봄이 아주 중요한 정책적 디자인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에게 닥친 돌봄을 두려움 없이 이해하고 공공의 길을 찾게 한다.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손인서 지음, 돌베개 펴냄, 1만8천원
한국 사회의 인종과 차별에 대한 보고서. ‘다문화 사회’ 대신 ‘다민족 사회’라는 열쇳말에서 출발해 이주민 문제의 재검토를 제안한다.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런 차별은 없다고 말하면서 ‘정신 승리’하는 한국 사회, 철저히 내국인 위주 방역정책을 펼친 팬데믹 시기 통제 정책 등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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