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대학 시절 함께 세미나 하던 선배들의 권유가 있었지만,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민주주의와 정당의 역할을 배우면서부터 막연하게나마 ‘민주사회 시민이라면 소속 정당 하나쯤은 있어야지’ 생각해오던 터였다. 이후 진보신당과 노동당을 거쳐 지금은 정의당 당원인데, 꼭 그때의 권유가 아니었어도 이후에 국민참여당을 거쳐 지금은 같은 정의당 당원이 돼 있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활동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 지역 모임에 나가거나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럴 때면 동네 호프집에서 혹은 거리의 유세 현장에서 그를 가까이 보는 일이 있었다. 이름 가운데 ‘회’자 때문이었을까, 아님 넓은 이마나 속머리가 다소 빈약한 것 등에 동지애(?)를 느꼈던 때문이었을까, 괜히 혼자서 더 친근감을 느끼곤 했다. 지금도 가끔 뉴스 댓글에서 그를 ‘노희찬’으로 언급하는 걸 보면 내가 그동안 ‘정희엽’으로 불렸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고는 한다.
그와 함께 책 작업을 한 적도 있다. 2010년 의 인터뷰 특강을 단행본으로 엮은 (한겨레출판 펴냄)을 통해서다. 특강 내용 녹취를 풀어 원고를 정리하고 보좌진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며칠 뒤 검토 의견이 담긴 답장을 받았는데, 보좌진이 아니라 그가 직접 내게 전자우편을 보낸 게 인상적이었다. 출간 뒤 책을 받아들고는 트위터에서 천진난만하게 자랑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엄청난 팔로어를 가진 명사가 책 홍보를 했으니 책이 잘 나가겠지 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것까지가 그 책에 얽힌 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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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우울한 기분을 뒤로하고 애도의 뜻으로 책을 펼쳤다. ‘로또 외에 방법 없다’는 복권 가게 펼침막 이야기를 꺼내며 자기 삶의 영역에서 1등이 되어 살아남기가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세상의 문제점을 일갈하는데, 역시 그다웠다. 그러다 아뿔싸 지난 8년 동안 우리가 뭘 한 거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용 문제입니다. …20~30대 경제활동인구는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자영업자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6%를 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5배입니다. …자영업이 중산층 붕괴의 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요새 들리는 진단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 소득 양극화를 막아야 하고, 좋은 일자리를, 특히 중소기업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 또한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하는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 이를 위해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모두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그런데 왜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은 이렇게 험난하기만 한지.
같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을,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을 그의 삶을 돌아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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