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내게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인상뿐이었다. 대학 시절 를 재미있게 읽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작가의 팬이 되거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어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엔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괜한 반발심’ 때문에 오히려 더 멀어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동료가 권해준 를 읽어보기도 했지만, ‘흠, 재밌군’ 이상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그 후 어떤 계기로 (그땐 이미 으로 통용되고 있었지만!)를 한 차례 더 읽었다. 많은 부분 공감도 가고 이번 역시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여전히 ‘도대체 왜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걸까?’ 하는 질문에 답을 구하지는 못했다.
을 읽은 것은 순전히 우치다 다쓰루의 때문이다. 고베여학원대학 퇴임 전 한 학기 동안 펼쳐진 ‘창조적 글쓰기’ 강의를 묶은 이 책에는 하루키가 중요한 비중으로 소개된다. 이 하루키가 ‘세계문학’ 작가로 발돋움한 작품이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어쨌든 이 책까지는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상·하로 나뉜 의 상권 중반까지만 해도 예전에 읽었던 두 책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재미있기는 한데, 왜들 그렇게 열광하지?’ 하는 그 느낌. 하지만 이후 점점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의 하루키를 만나게 되었고 하권에 가서는 ‘아…’ 하며 페이지를 넘기는 나를 만나고 말았다. 책을 덮으면서는 ‘그렇다면 도?’ 하는 마음과 ‘그래도 우선 를 다시 읽고 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더 나아가 ‘하루키의 전작을 다 읽어야 하나’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우선은 나를 ‘하루키 월드’로 초대한 우치다 선생님(!)의 (김경원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를 집어들었다. 이 책은 팬의 입장에서 편애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우치다 다쓰루의 무라카미 하루키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문학론에 대한 많은 부분이 와 겹치기도 했고, 하루키 작품 중에선 을 다루는 비중이 높았기에 하루키 작품을 많이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우치다 특유의 인류학적 통찰을 만날 때마다 ‘정작 조심해야 할 것은 하루키씨가 아니라 다쓰루씨 아닐까’ 하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없는 세계에, 지도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고, 혁명 강령이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방식’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 내던져졌음에도 우리는 ‘무언가 좋은 일’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하루키 문학 저변에 흐르는 ‘물음’이라고 밝힌다. 이는 어쩌면 지금 나에게, 또 우리에게 더욱 간절한 물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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