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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지망생이 민주주의를 갉아먹을 때[새 책]

내전과 정치적 폭력 분석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등록 2025-01-31 18:24 수정 2025-02-07 07:09


2024년 말부터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극단적인 변화와 폭력적 사태 중심에는 윤석열이 있다. 급기야 2025년 1월19일에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지지층의 폭동에 법원이 파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평화를 강조하면서도 경찰의 과잉 대응이 문제라며 폭력적 행태를 감쌌다. 민주주의의 파괴자들이다.

내란이 일어나자마자 내전은 점쳐졌다. 공동체와 사회를 절단내는 극단적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극우가 정치세력화하면서 민주주의는 위협받았다. 20세기 초의 내전은 대부분 이데올로기나 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벌어졌지만 20세기 중반 이후엔 달랐다. 민주주의가 불안정해지면서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보수 정당은 퇴행적 무리들과 연합해 극우 정치세력화에 힘을 보탰다. 순식간에 내전이 일어났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바버라 F. 월터 지음, 유강은 옮김, 열린책들 펴냄)는 내전과 정치적 폭력에 관한 분석서다. 내전·테러리즘 전문가인 저자는 21세기 미국을 비롯해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쇠퇴하는 상황에 집중한다. 완전한 민주주의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나라일지라도 “독재자 지망자”가 민주주의를 갉아먹으면서 내전이 일어난다. ‘완전한 독재’(Autocracy)도, 민주주의(Democracy)도 아닌 상황을 ‘아노크라시’(Anocracy)라고 부른다. 민주화에 중대한 퇴보가 일어나거나 유사 독재적인 양상이 나타나는 중간 구간의 정체 상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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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가 폭력 사태로 향하는 징후는 빈곤이나 불평등 문제가 아니라 해당 정치체의 건강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를 종합하면, 내전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가난하거나 억압적인 나라가 아니라 부분적 민주주의가 있는 상태의 나라였다. 특히 독재적 특징보다 민주적 특징이 더 많은 아노크라시는 내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독재 상황에서 권력을 누린 엘리트나 시민들이 위태롭다고 느끼면서 싸움을 벌인다는 얘기다.

“민주화 열풍은 끝났다”고 보는 저자는 신속하고 대담한 개혁을 시도할수록 내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민주화의 어두운 현실이라고 단정하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정치제도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킬 때 평화가 유지된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주로 검토하는 것이 종족과 종교집단 간의 내전이거나 미국의 사례이기에 한국과 거리가 있다 싶으면서도, “심리적 편향 때문에 내부의 위협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충고에 이르면 좀더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길잡이로서 이 책이 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336쪽, 2만2천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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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이 찜한 새 책


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8500원

2024년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로 찬사를 받은 김금희의 남극 체류기. 특별 취재기자 자격을 부여받아 극적으로 남극에 가는 꿈을 이룬 작가는 한 달 동안 남극 세종기지에 체류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그들의 연구를 취재하여 감동과 경이와 긴장의 일상을 남겼다. 책에서 쨍한 얼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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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의 시대
피터 굿맨 지음, 장용원 옮김, 세종서적 펴냄, 2만4천원

뉴욕타임스 경제부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팬데믹이 촉발하고 트럼프 2.0 시대에 가속하게 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현장 중심으로 다룬다. 삼성, 엘지, 현대 등 한국의 대기업들은 변화하는 규칙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한국 기업의 미래를 다루는 한국어판 서문부터 상황의 긴박성이 느껴진다.

 


세계숲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지음, 노승영 옮김, 아를 펴냄, 2만원

 

‘나무의 제인 구달’이라는 별명이 붙은 여성 식물학자가 생태적 관점으로 쓴 나무 이야기. 나무의 의약적, 환경적, 영양적 성질에 정통한 전문가답게 나무의 생리와 지질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동식물의 세계를 설명한다. 직관적이고 시적이면서도 지극히 과학적이어서 믿음직하다.

 


안경과 콘택트렌즈
공대일 지음, 시대의창 펴냄, 1만8500원

 

현직 안경사인 지은이가 안경, 콘택트렌즈 관련 지식을 알려준다. 사용하는 인구는 많지만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아쉬워한 끝에 쓴 책이다. 안경사의 진로와 업무, 안경테와 렌즈 선택법, 안경테 구조, 압축 렌즈, 콘택트렌즈 관리법, 노안과 안질환까지 눈 건강을 위한 상식이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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