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작은 곳에서, 보다 마음껏.” 1년 전 회사를 옮기기로 하면서 정리한 이직 이유다. 지인들은 왜 옮기는지 의아해하며 묻다가도 저렇게 이야기하면 대개 응원의 말을 건네주곤 했다. 시간이 좀더 지나서 만난 분들은 거기에 이런 질문을 덧붙였다. “그래서… 즐거워요?” 아직까지 내 답은 한결같다. “일하는 건 즐거운데, 책이 너무 안 팔려요.”
책이 너무 안 팔린다. 내가 내는 책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이래서야 밥값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 또한 앞선다. 게다가 나름 내 마음껏 하고 있는데 결과가 이러니 어디 핑계 댈 곳도 마땅치 않다.
독자가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베스트셀러는 계속해서 나오고, 서울국제도서전 등의 행사는 관람객으로 넘쳐나고, 소셜미디어에는 책 관련 사진과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책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사그라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시장에서 내가 체감하는 이 싸늘함은 뭘까. 계속되는 고민이다.
그런 고민 속에서 ‘팬덤을 형성하는 출판사가 되어야 한다’는 모범 답안까지는 어찌어찌 도달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앞에서 다시 막막해진다. 그러다 ‘브랜딩’이라는 말을 만났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일, 출판으로 따지자면 독자들이 스스로 찾는 출판사를 만드는 것. 이미 비즈니스계에서는 대유행이었다.
브랜딩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우승우·차상우 지음, 북스톤 펴냄)이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대기업의 사례가 아닌 작은 규모의 브랜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책을 찾고 있었는데, 바로 그런 책이었다. 열 가지로 정리한 브랜딩 법칙은 군더더기 없이 딱 내게 필요한 조언이었고, 그와 함께 소개된 열 명의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 인터뷰는 생생한 사례로 그 조언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유통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았다면서 성공 비결로 “덕후들이 하는 사업이라는 걸 고객들이 바로 알아보”았다고 이야기하는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자신이 프??츠의 첫 팬일 거라면서 기술자 집단을 표명하고 있는 자신들의 경우 ‘내부 구성원들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프??츠커피컴퍼니 김병기 대표, 이미 필요 없는데 만들어내는 제품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일상에 ‘꼭’ 필요한 생활 잡화를 만든다는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의 인터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미 많은 출판사가 있는데 우리는 왜 책을 만드는가?’ ‘원더박스의 책을 읽는다는 건 독자에게 어떤 경험일까?’ ‘나는 진짜 독자인가?’ ‘우리는 어떤 집단인가?’ ‘나는 원더박스의 팬인가?’ ‘원더박스다움이란?’ 책의 여백에는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짧은 생각들이 주로 질문 형태로 군데군데 적혀 있다. 곧 이 질문들의 답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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