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재의 직장으로 옮겨 처음 마무리를 맡은 책이 존 크라카우어의 다. 2010~2012년 미국 몬태나주 미줄라시에서 있었던 일련의 성폭행 사건과 그 처리 과정을 다룬 논픽션이다. 책 이름 ‘미줄라’는 이야기의 배경이 된 작은 대학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전 담당자가 계약하고 진행한 책이기에 마지막 과정에서 살짝 역할을 하고 판권에 이름을 올렸다.
편집 일을 하다보면 자신이 기획하지 않은 원고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기획 의도나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헤매기도 하지만, 덕분에 평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나 저자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기도 한다. 평소의 나라면 쉽게 계약하지 못했을 를 통해 성폭행 피해자와 그를 둘러싼 사회의 문제점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고마운 일이었다. 존 크라카우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원고를 읽으면서 건조하면서도 생생한 묘사와 그로 인한 강한 흡인력에 매료됐다. 조만간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 존 크라카우어. 하지만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겐 이미 꽤 알려진 그였다. 특히 비극적인 에베레스트 등반 경험을 전한 (김훈 옮김)는 1998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라 그를 세계적인 논픽션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작업 뒤 우연히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 에도 가 소개된 것을 알고 찾아 들어봤는데, 방송까지 듣고 나니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는 작가가 한 매체의 의뢰로 에베레스트 가이드 등반대를 체험한 이야기(특히 비극적인 조난기)이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과정이나 이를 둘러싼 사람들(가이드 등반대, 셰르파 등), 그리고 에베레스트 등반의 역사 등 에베레스트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한다. 이는 몬태나대학에서 벌어진 몇 가지 성폭행 사건에 집중하면서도 그에 대한 대중의 그릇된 인식, 경찰·검찰 수사와 법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환경 등 성폭행 문제에 대한 필수 상식을 종합적으로 전하는 와도 통했다. 로 성폭행 문제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었다면, 를 통해 (의도치 않게!) 에베레스트와 산사람들에 대한 교양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왜 이 책을 읽고 있지? 에베레스트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던 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은 사람들이 좋다니까,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내 관심사에 따라 어떤 정보를 얻으려 선택했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덕분에 에베레스트와 산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좀더 생겼고, 그렇게 내 세계가 한 뼘 더 커진 것 같다. 그 한 뼘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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