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윤 지음, 왓어북 펴냄)을 읽었다. 우연히 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정윤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책까지 썼다고 해서 사서 읽어봤다. 스탠드업 코미디에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는데, 소중한 정보를 전해주는 책이어서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직업 때문인지 내게 반갑고 고마운 책을 만나면(내게 반갑고 고마운 책은 왠지 잘 안 팔릴 것만 같은 느낌이 먼저 든다) ‘얼마나 팔렸을까’ ‘내게 이 원고가 들어왔다면 출간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생각을 길게 할 새도 없이 이내 공들여 원고를 써준 저자와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자원을 아끼지 않은 출판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짧은 분량이지만 책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정의와 역사 등 기본적인 교양부터 저자가 실제로 미국 뉴욕에 가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배우고 또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만나 인터뷰한 이야기까지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누구에게나 권하기는 좀 주저하게 되지만,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이 있다면(특히 이제 막 관심이 생겼거나, 그저 막연히 관심만 갖고 있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고백하자면, 몇 년 전 직접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를 뻔도 했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작은 공연장을 빌리고 오디션 없이 무대에 설 사람을 모은다고 해서 멘션을 보낸 적이 있다. 일정이 안 맞아 결국 무대에 서지는 못했는데, 몇 개의 짝사랑 실패담을 엮어 준비한 이야기를 연습할 때마다 주어진 5분을 다 채우지 못해 계속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호어스트 에버스의 (좋은책만들기 펴냄, 2002/작가정신 펴냄, 2008)였다.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해프닝 이야기 모음집이라 할 수 있는데, 엉뚱하고 곤란한 상황과 그 상황에 대처하는 저자의 더 엉뚱한 대응이 연신 웃음을 일으켰던 것 같다. 이제는 읽은 지 오래돼서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지인들과 소극장에 모여 서로 쓴 글을 발표한다는 이야기만은 잊히지 않는다. 책은 그렇게 발표한 원고 중에서 골라 만들었다고 한다.
를 읽고 나서, 사람들이 매주 회관에 모여 일주일간 자기에게 벌어진 일 중 함께 나누고픈 걸 써와서 읽는 그런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소박한 이야기를 웃음과 함께 나누고, 때로는 슬프거나 화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동체. 그런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소한 실수담을 극화해서 사람들에게 읽어주는 것 정도는 나도 즐겁게 할 수 있겠다 하면서 말이다.
‘까짓것, 거기까지 할 수 있다면 그걸 외워서 못할 것도 없잖아’ 하는 내 마음속 악마의 속삭임에 큰 실수를 할 뻔했지만, 여전히 꿈꾼다, 소소한 이야기를 여유롭게 나눌 수 있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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