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그리피스 지음, 차혁 옮김, 미래의창 펴냄)을 읽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핀란드 출신 여기자가 미국에 살면서 쓴 북유럽 이야기 (아누 파르타넨 지음, 노태복 옮김, 원더박스 펴냄)를 읽고 나서 다음달에는 영국 출신 남작가가 덴마크에 살면서 쓴 북유럽 이야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글항아리 펴냄)을 읽기로 했는데, 그사이에 북유럽 나라들의 역사를 살펴보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다.
는 240쪽 분량에 19세기와 20세기의 스칸디나비아 4국(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역사를 개괄한다. 문장이 화려하지도 구성이 탁월하지도 않지만, 오늘날 북유럽이 어떤 흐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간략히 살펴보기에는 충분하다. 한 권 사서 옆에 두고 북유럽에 관한 다른 책을 볼 때 틈틈이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2006년 출간됐다가 절판돼 이제는 중고책 재고 도서를 찾아보는 것도 만만치 않다. 나 역시 이 책을 미리 알고 구해 본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 가서 ‘북유럽 역사책 어디 없나?’ 하고 찾아보다가 우연히 ‘득템’한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이 책을 다시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본국에서는 2004년에 나온 책이라 일단 최근 15년의 이야기를 담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앞서 ‘스칸디나비아 4국’이라는 말에 갸우뚱했던 분들은 짐작했겠지만 요즘 부쩍 관심이 커지는 아이슬란드는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탄탄한 정보와 탁월한 시각을 가졌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처럼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그 수를 예상해보면 내가 가진 자원을 이 책을 다시 펴내는 데 쓸 만큼의 마음까진 생기지 않았다.
지난해 펴낸 책 중에 (히가시 다이사쿠 지음, 서각수 옮김)가 있다. 2004년 역사넷에서 펴냈다가 절판된 를 재출간한 것이다. 베트남전쟁 때 미국과 베트남 양쪽의 고위 관료들이 1997년 6월 한자리에 모여 전쟁을 피할 길은 없었는지를 두고 격론을 벌인 이른바 ‘하노이 대화’를 소개한 책이다. 단순히 베트남전쟁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오늘날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줘서, 이 책을 절판 상태로 두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 재출간을 추진했다. 최근 언론에도 많이 회자돼 뿌듯하지만, 아직은 들어간 돈이 번 돈보다 많은 책이다.
점점 절판된 책에 마음이 많이 간다. 아직 읽힐 미덕이 남았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사실은 수익성 때문에!) 절판돼 구하기 힘든 책을 만나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새 책을 계속 시장에 내놓아야만 하는 직업을 가진 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정회엽 원더박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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