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원더박스는 불교 콘텐츠 기업인 불광미디어의 한 사업 단위다. 하지만 기획과 편집 영역이 독립돼 있어 실제 일할 때는 불교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한 사무실 안에서 어깨너머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 불교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불교 콘텐츠의 매력이랄 것이 계속 눈에 띄기 마련이다. 출판시장에서 법륜 스님이나 혜민 스님 같은 저자의 활약이 지속되는 것도 그렇고, 명상이나 마음 수행 관련해서도 주변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낀다. 지난해 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책 도, 내게는 참 낯설었지만, 지난 1년 동안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걸 보며 그 열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나란 사람, 이런 환경에 놓이면 당연하게도 책부터 찾게 된다. 특히 그저 막연하게 불교를 인식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불교의 핵심을 쉽고도 체계적으로 전해줄 수 있는 책, 일종의 입문자용 안내서를 찾아헤맸다. 그런 목적으로 집필됐을 법한 책을 여러 권 살펴봤지만, 다들 내게 딱 맞지는 않았다. 불교 경전도 워낙 방대하고, 낯선 용어도 많아서 쉽게 썼다고들 해도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 만난 책이 (광륵사 펴냄)다. 앞서 이야기한 전현수 박사의 어느 신문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늘 곁에 두고 읽는 책이라기에 구해서 읽어봤다. 책이라기보다는 자료집 같은 느낌이어서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읽어나보자 하고 집어들었는데, 고익진이라는 학자와 그가 들려주는 불교 이야기에 그만 푹 빠져버렸다.
이 책은 저자가 1986년 서울 불광사에서 대중 설법한 내용을 녹취 정리한 것이다. 입말을 옮긴 것이라 일단 이야기를 듣는 듯 술술 읽힌다. 의예과를 다니던 스물한 살 청년 고익진은 병을 얻어 10년간 투병생활을 한다. 5년간 꼬박 병실에 갇혀 있었고, 이후에는 작은 암자에서 요양생활을 한다. 그때 만난 이 계기가 되어 서른한 살에 다시 불교학과에 입학하고 이후 불교 공부에 정진한다. 20대를 통째로 병과 함께 지내면서 겪었을 고통과 거기서 오는 무상함을 바탕으로 이해한 불교여서 그런지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초기 불교 경전인 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불교의 핵심 교리를 설명하는 데서는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이런 건가 하는 경험도 했다. 놀라운 저자와 책을 만나고 이내 불교서적 편집부 동료에게 물었더니, 오늘날 한국 불교에서 안타까운 일 중 하나가 고익진 교수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책의 꼴만 보고 그 아마추어 같은 느낌에 반신반의했는데, 그 어떤 주류 출판물보다 소중한 책이었다. 불교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책이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까지 선사한 나만의 ‘올해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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