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를 대신 써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좋겠어.”
동료들에게 종종 하는 이야기다. 신간의 최종 데이터에 오케이 사인을 내고 나면(혹은 인쇄 감리를 다녀오면) 조금 홀가분해지는가 싶다가 이내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바로 ‘보도 자료’라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찾아와서 그럴 거라고, 쓰인 글을 다듬는 건 능해도 백지에다 뭔가를 써 내려가는 건 버거운 게 편집자 아니냐며 웃으며 넘기고는 했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 웃어넘길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순간은 (이옥란 지음, 유유 펴냄)이란 책을 읽다가 찾아왔다. “편집의 시작 단계에 구성된 편집자의 ‘확신’은 보도 자료를 쓸 때까지 작업에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해줍니다.”(37쪽)
‘그래, 내 머리에 책의 내용과 의미가 확실히 자리잡고 있었다면 그걸 다시 정리만 하면 되잖아!’ 하는 생각은 ‘아, 내가 책을 이리도 불명료한 생각으로 마감했단 말인가’ 하는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그간의 경험을 비춰보면, 정신없이 마감이란 걸 하고 나서 보도 자료 쓸 때가 돼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생각을 정리할 때가 적지 않았다. 어떤 경우 그때 더 나은 제목이 떠오르거나 책의 약점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보도 자료 쓰기가 원래 어려운 게 아니고, 단단한 기획 아래 편집을 진행하지 않아서 어려운 것이었다니!
그 문단의 조금 앞쪽에 이런 내용이 있다. “출판 편집 공정의 책임자라면 일에 목표와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 편집 공정을 진행하는 동안 자주 어려움에 봉착한다면 자신이 편집 기획 단계에서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 있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 레이아웃을 정할 때, 일러스트나 표지 디자인을 발주하고 시안을 확정할 때, 제목을 정할 때, 표지 문안을 정리할 때 등 그동안 진행한 책에서 어려움에 부닥쳤던 무수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때 나를 힘들게 한 건 저자의 고집도, 디자이너의 역량도, 상사의 변덕도, 시장의 침체도 아닐지 모르겠구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글을 초년의 편집자들께” 드린다면서 “편집자로 10년, 20년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이야기”라고 밝힌다. 하지만 어느덧 편집자 15년차인 내 경우, 이 책의 주요 대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책은 일관적으로 ‘보조 편집자’와 ‘책임 편집자’라는 틀로 편집자의 일을 설명하는데, ‘책임 편집자’라는 이름을 달고 ‘보조 편집자’처럼 일해온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책임 편집자 되는 법. 책의 제목 앞에 몰래 ‘책임’ 두 글자를 덧붙이고는, 다음 문장에 힘주어 밑줄을 긋는다. “여러분 자신이 시스템입니다. 필수적인 시스템.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을 일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판을 까는 사람입니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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