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서 (정병준 외 지음, 푸른역사 펴냄)을 함께 읽었다. 책을 살펴보면 ‘한국역사연구회시대사총서09’라는 설명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한국역사연구회에서 2002년부터 준비해 2015년부터 출간한 시대사총서의 아홉 번째 책이다. 고대·고려·조선·근대·현대 각 2권씩, 총 10권이 2018년 9월 과 를 끝으로 완간됐다.
지난 모임에서 베트남전쟁 종전 20여 년 뒤 베트남과 미국 양국의 전쟁 당시 주요 인사가 모여 전쟁을 되돌아본 ‘하노이 대화’의 내용을 담은 를 읽었는데, 식민지 시대부터 분단과 갈등의 역사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 현대사와 겹쳐 보였다. 그렇게 생긴 궁금증이 우리 현대사, 특히 해방과 분단의 시기에 대한 역사를 함께 찾아보자는 것으로 이어졌다. 마침 앞서 말한 이 해방에서 한국전쟁 시기를 다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었다.
독자들의 첫 반응은 읽기 녹록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연구자들이 각자 장을 나눠 집필한 책이고, 낯선 고유명사도 무척 많아 술술 읽기는 힘든 책이었다. 하지만 토론 시간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혼자 읽을 땐 힘들었는데, 함께 이야기하니 참 좋네요’ 하는 반응이 대세였다. 나 역시 혼자였다면, 읽다 멈추다를 반복하다 결국 끝까지 읽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혼자 읽는 책의 맛도 좋지만,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서라도 함께 읽는 책의 경험도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해방 정국의 역사는 교양 수준에선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안 사실도 많았다. 1953년 한일회담 당시 일본 쪽 수석 구보타 간이치로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년 9월8일) 이전에 한국이 독립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5·30 총선거 이야기였다. 1950년 5월30일 제2대 국회의원선거에선 총 210석 중 126석을 무소속이 차지한다. 여당인 이승만의 국민당은 24석, 제1야당이던 한민당의 후신 민국당 역시 24석을 얻는 데 그친다. 또한 재선 의원은 31명에 불과하고 179명이 초선이었다. 투표율 역시 86%였다고 하니, 이승만 정권과 제1대 국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이 있었던 거다.
여운형과 김구가 암살되고 남과 북에서 각각 반쪽짜리 정부가 들어서는 등 비극적이고 혼란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그런 속에서도 투표로 명확히 의사를 표현하고 대안을 모색했던 당시의 민중이 더욱 대단해 보인다. 해방 뒤 5년간의 혼란상에 대한 성적표와도 같은 5·30 총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한국전쟁의 비극이 전에 없이 더 안타깝고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때 그 전쟁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우리에게 충분히 다른 역사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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