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서 (김민철 지음, 북라이프 펴냄)을 꺼내 들다 배우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이 책으로 쓰려고.” “어? 김민철 작가 책은 지난번에 썼잖아?” 늘 무심한 듯해도, 집에 이 도착하면 내 글부터 찾아보던 애독자. 무슨 글을 썼는지까지 기억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좋으니까!”
이 지면에 를 다룬 적이 있지만(제1180호 참조), 그땐 아직 이 책이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나는 이 책이 좋으니까! 그리고 이 작가가 좋으니까!
투고 얘기를 먼저 좀 해야겠다. 투고가 실제 출간까지 되는 일은 흔치 않기에 그 효율성 측면에서 에너지를 많이 쏟기 힘든 업무지만, 출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투고를 검토하다보면 독자가 이 출판사에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지, 또 어떤 트렌드가 유행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원더박스에서는 평범한 여성의 성공 이야기라 할 만한 책이 여럿 나오고 또 반응이 좋아서 그런지, 그런 성격의 원고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런데 그 전자우편 속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름이 김민철. 그가 에세이를 펴내고 싶은 20~30대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어가고 있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작가’로 발돋움한 것은 북라이프에서 출간된 을 통해서일 것이다. 기억력이 안 좋아 더 치열하게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담은 , 그런 그가 좋아하는 ‘여행’에 대한 낭만적인 이야기 도 무척 매력적이었지만, 내게는 온전히 ‘김민철’을 드러내는 이 가장 좋았다. 앞선 두 책을 읽으며 ‘부럽다’ 혹은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을 통해서는 저자로부터 ‘이제 우리 함께 이렇게 살아봐요’ 하는 응답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 투고함에서 인상 깊게 만난 바로 그들에게 따뜻하면서 상투적이지 않은, 꼭 필요한 격려와 응원이 될 것 같았다.
물론 그 격려와 응원은 마흔을 넘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리는 내게도 꼭 필요한 것이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마음은 매일 흔들리며 어딘가에 닿고, 우리는 그것에 지갑을 열거나 시간을 쏟는다. 그 끝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때론 절망, 때론 후회다. 하지만 운 좋게도 몇은 나에게 남는다. 나에게 꼭 어울리는 형태로. 나에게만 꼭 어울리는 색깔로. (…) 내일 내 마음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는 이 취향 덕분에 나다울 수 있었으니까. 근사하지 않아도, 우아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바로 그 취향이 오늘, 가장 나다운 하루를 살게 했으니까.”(8~9쪽)
*연재를 마치며이것으로 2년에 가까운 긴 연재도 마지막이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책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다운 게 뭔지, 나의 취향은 어디를 향하는지 더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나의 좌충우돌 독서기가 읽는 이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기를 바란다. 미숙한 편집자에게 소중한 지면 내준 과 묵묵히 지켜봐준 독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회엽 원더박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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