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동 로터리에 있는 동양서림을 우연히 들렀다. 대학로에 있는 내 단골 책방인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와 식사하고 나오던 길이었다. “앗, 여기에 서점이 있었나요?” “그럼요. 오래된 서점인데, 이번에 리모델링을 해서 화사해졌지요.” 그제야 생각났다. 잡지와 참고서를 주로 파는 것 같아서 딱히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서점.
순간 ‘잡지와 참고서를 주로 파는 것 같아서’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지금은 ‘동네책방’이라 하면 뭔가 고상하고 ‘힙한’ 문화공간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첫 동네책방은 ‘잡지와 참고서를 주로 파는’ 상가 모퉁이 작은 서점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책방에 들러
동양서림 역시 그와 비슷한 동네책방 본연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인데, 대학로를 처음 가본 후 20여 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들어가볼 생각을 안 했던 나. 리모델링을 계기로 뒤늦게 동양서림을 알게 되었다. 1953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것도.
새로운 동양서림을 구경하다가 작은 철제 계단을 하나 발견하고 올라가보았다. 앗, 유희경 시인이다! 신촌에 있던 시집서점 위트앤시니컬이 장소를 옮겨 새롭게 시작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게 여기일 거라곤, 그리고 이렇게 우연히 보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서점이라기보다 시인의 다락방 같은 아늑함이 참 좋았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순 없는 법. 기념품으로 무엇이 좋을까….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던 시집을 집어 눈앞의 저자에게 내밀며 계산과 사인을 부탁했다. 사인 앞에는 이런 글이 함께했다. “나무가나무로자라는계절 정회엽님 근처에.” 최고의 기념품이었다.
우연히 벌어진 동네책방 여행은 더더욱 우연한 계기로 내게 (유희경 지음, 아침달 펴냄)이라는 시집 한 권을 남겼다. 아직은 낯선 ‘시집이라는 것’을 펼쳐 든다. 무심코 읽어가다 어떤 구절에 눈길이 멈추면 읽고 또 읽는다. 그렇게 책의 끝부분에 이르러 다음 문장을 만났을 때, 과연 이게 우연이기만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이곳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70쪽)
그렇게 계속 그곳에 있어주길. 시도, 책도, 책방도.
정회엽 원더박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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