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주 세우고 가장 흔하게 실패하는 계획과 결심이 뭘까. 다이어트 아닐까.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도 그랬다. 극단적 식이 조절을 반복했지만, 체중 감소는 찰나, 과체중과 비만을 오갔다. 코로나19 직후 체지방률 30%를 넘긴 하리는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날씬해 보였던’ 한 파티에서 “안전한 비만 치료제” ‘오젬픽’에 대한 정보를 듣고 약을 처방받기로 결심한다. ‘매직필’(이지연 옮김, 어크로스 펴냄)은 하리가 오젬픽을 8개월 이상 투약하며 갖게 된 질문을 탐사한 책이다. ‘안전하다는데 왜 자꾸 불안할까?’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뚱뚱해졌을까?’ 답을 찾기 위해 신약 개발자, 식품 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을 인터뷰하고 자신을 관찰했다.

체중 감량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어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 ‘오젬픽’은 정말 안전한가? 이 약들은 인슐린 생성을 촉진해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을 이용한 비만치료제다. GLP-1이 발생하는 장소를 찾는 연구 과정에서 음식을 먹은 뒤 장에서 ‘GLP-1’이 급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인위적으로 GLP-1을 늘렸더니 많이 먹은 줄 알고 식욕이 감소하는 효과가 밝혀졌다. 기적의 비만치료제가 탄생한 순간이다. 약 개발자들은 “당뇨병 치료로 수백만 명이 신약에 18년째 노출됐는데 안전성에 문제가 될 만한 신호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럼에도 12가지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다고 썼다. 갑상샘암에 걸릴 확률이 신약을 투약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50~75% 증가한다. 급성췌장염도 유발한다. 다만 ‘발병률’ 자체는 낮다. 그 외에도 GLP-1이 뇌의 보상시스템에 개입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망, 필요한 것을 해야 하는 동기 자체를 저하하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뚱뚱해져서, 인위적 치료제까지 먹어야 할까. 1979년 미국의 비만율은 15%에서 20년 만에 30.9%로 2배 급증했다. 저자는 인공감미료, 첨가물이 범벅된 초가공식품을 만들어내는 식품 산업의 문제점을 짚는다. 가공식품은 포만감을 손상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씹기’가 과식에 제동을 거는데 부드럽게 만들어진 가공식품들은 이 브레이크가 없다. 설탕·지방·탄수화물의 강력한 조합은 포만감을 훼손한다. 각종 인공감미료, 설탕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없애는 것도 원인이 된단다. 포만감을 도둑맞은 현대인들은 뚱뚱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몸은 한번 올라간 체중을 ‘설정값’으로 두고 그 체중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발휘한단다. 우리가 늘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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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를 투약하며 체중이 줄어 몸은 가볍고, 건강해진 것 같은 저자에게 친구는 일갈한다. “건강을 위해 비만치료제를 쓴다지만, 사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외모를 갖고 싶어서 그 약을 쓰는 거야. 너 자신에게 솔직해져.” ‘뚱뚱한 몸’ ‘날씬한 몸’을 둘러싼 문제는 책을 끝까지 읽어도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디부터가 살을 빼야 하는 몸일까. 체지방률이 어느 선을 넘으면 건강에 치명적으로 위험할까. 사회가 만드는 ‘이상적 몸’에 대한 시선이 ‘비만치료제’를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신약을 둘러싼 논쟁점에 여러 견해와 과학적 사실을 제시하며 함께 답을 찾아가자고 말한다. 404쪽, 1만9800원.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올림픽이 끝나면 패럴림픽이 시작됩니다
김양희 지음, 다정한책 펴냄,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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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열광하는 올림픽이 끝나면 패럴림픽이 시작된다. 패럴림픽 뉴스는 그러나 그 ‘열광’이 덜하다. 이 책은 패럴림픽의 새로운 면모와 선수들의 빛나는 인터뷰를 담았다. 한겨레에서 스포츠 취재를 하는 김양희 기자가 중증 장애인 스포츠 보치아, 시각장애인만 참여하는 골볼 등 생소한 종목도 쉽게 소개했다.

국민을 버리는 나라
이경은 지음, 글항아리 펴냄, 1만8천원
2012년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생후 15일 한국 아기는 ‘미동반 외국아동’으로 분류돼 난민아동수용소에 보내질 위험에 처했다. 아이를 입양하려던 미국인 엄마 루셀의 입양 시도는 ‘서류 미비’로 좌절됐다. 당시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장으로 일하던 저자가 지켜본 아기를 되찾는 여정에서 ‘아기를 버리는 나라’의 부조리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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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창비 펴냄, 2만4천원
남성의 관계 결핍은 어디서 비롯됐나. 약혼식 들러리 서줄 친구를 구하지 못한 영국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는 남성 네트워크가 점점 고립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사회학·역사·심리학·철학·진화생물학·인류학까지 탐방하며 결론에 다다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하는 거였어. 외롭다고 고백하는 것 말야.”

분노 세대
너새니얼 포퍼 지음, 김지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만3천원
2021년 1월, 느닷없이 비디오 게임 소매 회사 게임스톱의 주식이 폭등한다.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에서 주둔하던, 변변한 직업 없이 인터넷 공간에서 밈과 혐오를 생산하던 젊은 남성들이 이를 주도했다. 저자는 그들을 ‘분노 세대’로 명명하며 ‘게임스톱 사태’의 전말을 심도 있게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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