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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접수’하려 주변국 겁박하는 트럼프

등록 2025-02-15 15:44 수정 2025-02-19 03:53
2025년 2월11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폐허가 된 거리를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25년 2월11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폐허가 된 거리를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리가 가자를 가지겠다. 살 이유가 없고, 살 것도 없다. 가자는 전쟁으로 황폐화됐다. 우리가 접수해 관리하면서 소중하게 다루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부동산 개발’에 진심인 모양이다. 그는 2025년 2월11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2월1일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압둘파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월12일 압둘라 2세 국왕과 통화한 직후 “당분간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과 이집트 쪽이 가자지구 인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11일 양국에 대한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4년과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요르단과 이집트는 해마다 미국에서 각각 17억달러와 15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고 있다.

국제인도주의법은 점령지 주민의 영구적 강제이주를 금한다. 범죄적 의도를 가지고 강제이주를 실행하면 전쟁범죄다.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을 가하면 반인도적 범죄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등은 미국이 실제로 가자를 접수하고 주민을 강제이주시키면 ‘인종청소’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가자에선 다시 전운이 짙어진다. 1월19일 발효돼 2월23일까지 이어질 1단계 휴전안 이행이 잠정 중단됐다. 하마스 쪽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로 귀환하는 주민들을 공격하고 구호품 지원을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각적인 전면전 재개’를 대응 카드로 꺼내 들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497일째를 맞은 2025년 2월12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4만8222명이 숨지고, 11만167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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