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올해의 판결’ 기획을 처음 내놓았던 2008년 표지 제목이다. 7년 동안 세상의 진실은 얼마나 전진했을까? 지난해 ‘올해의 판결’ 기사의 제목은 “후진의 시대, 사법부의 전진을 희망함”이었다. 2015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 곳곳에서 ‘후진’ 버튼이 눌려지고 있는데도, 제동을 걸어 정의를 세우려는 사법부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흑백의 판결을 넘어그래도 ‘올해의 판결’ 나름으로는 전진하려고 노력했다. 그해 나온 판결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사회가 좀더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는 판결이 무엇인지를 연말마다 돌이켜보는 작업이 어느새 8년째에 이르렀다. 은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판결을 법조계 ‘그들만의 세상’으로부터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떠들썩하게 판결을 비평하고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만들어졌다.
이제 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올해는 ‘좋은 판결’과 ‘나쁜 판결’을 이분법적으로 나눴던 판결 심사 기준과 관행을 새롭게 바꿔봤다. 세상에 흑백만 존재하지 않듯이, 판결 또한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의 판결’ 심사는 11월 초부터 한 달 넘게 이뤄졌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심사위원 9명을 모아 심사위원단(명단 ▶ 링크 참조)을 꾸렸다. 심사위원과 여러 기관·단체로부터 1차 후보작을 추천받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과 공익법센터 ‘어필’ 등이 추천에 참여했다.
올해 처음 독자에게도 공개적으로 후보작 추천을 부탁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홍보심의관실한테도 후보작 추천과 판결문 취합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총 101건의 후보작이 모였다.
심사위원 9명이 1차 채점을 통해 최종 후보작 57건을 골라냈다.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온 중요한 판결도 최종 후보작에 추가됐다. 심사위원들이 어떤 기준으로 올해의 판결을 뽑았는지는 최종 심사 회의 지면 중계(▶'사법부에 아쉽다고 전해라~')에서 엿볼 수 있다.
격론 끝에 뽑힌 최고원래 음식점 메뉴판이 잡다할수록 대표 메뉴가 없는 법이다. 최종 심사가 꼭 그런 꼴이었다. 심사 대상에 오른 판결 수는 많았으나,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올릴 만한 훌륭한 판결이 보이지 않았다. 올해를 빛낸 최고의 판결을 뽑으면서, 격론 끝에 1·2차 투표까지 진행해야 했던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퇴행의 시대에 잊혀진 듯했던 ‘경제민주화’의 불씨를 다시 살려낸 대법원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인정 판결이 ‘최고의 판결’로 뽑혔다. 막판까지 ‘최고의 판결’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노조 아님 통보 효력정지와 민중총궐기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판사들에게는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동토에도 사법 정의의 싹이 움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_편집자
2015년 올해의 판결▶ 2차 민중총궐기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 긴급조치 9호 위법성 인정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 인정
▶ 비봉 석면 폐광산에 대해 석면 관련 법의 ‘사전예방’ 강조
▶ 대부업자의 이자율 폭리 ‘꼼수’ 제한
▶ 세월호 구조 실패한 123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인정
▶ 간통죄 위헌 결정
▶ 변호사가 약정한 형사사건 성공보수금 무효
▶ 무기수 김신혜 재심 결정
▶ 국가손해배상 소멸시효 6개월로 제한
▶ 파업 지지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업무방해 방조죄’ 적용
▶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위장도급 불인정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공직선거법 유죄 원심 파기
▶ 세월호 관제 소홀한 진도VTS ‘무죄’ 선고
▶ 연예기획사 대표, 10대 성폭력을 ‘사랑’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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