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릴스 갈무리.
“내가 20대에 전업주부가 된 이유”(80만5천 조회수) “오빠가 산 것 중 내가 제일 비쌌대”(72만8천) “오빠가 ‘물물~’ 거리면 물 갖다주는 내 인생”(221만) “Justice for housewives(주부들을 위한 정의)”(225만)
2025년부터 동료가 자꾸 본인 인스타그램 피드에 뜬다고 호소하며 보내준 릴스 제목들이다. 모두 남편이 전문직이거나 연봉이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결혼을 과시하는 콘텐츠인데, 젊은 여성들이 명품을 소비하며 여행을 다니는 일상을 보여준다. 조회수와 댓글 반응도 높다. 그런데 남편은 보이지 않거나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 ‘상향혼(배우자의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이 자신보다 높은 사람과 하는 결혼) 바이럴’ 콘텐츠라니? 그리고 얼마 뒤 요즘 남편의 직업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릴스나 쇼츠가 자꾸 보인다고 지적하는 게시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건 ‘백래시’일까? 백래시(Backlash)란 소수자의 권리가 향상되기 시작할 때 기득권이 반발하는 현상이다. 즉 우리 사회에서 비혼, 특히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가부장 중심적인 가족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된 만큼 여성이 가부장제를 찬양하는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는 그 반대 흐름으로 나타난 백래시 현상으로 보인다. 최근 20대 여성의 결정사(결혼정보회사) 가입률이 오히려 늘었다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이전 세대부터 ‘취집’(취직 대신 시집)이나 ‘혼테크’(결혼 재테크)라는 말이 있었다. 사회적 불안정이 심화하는 만큼,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의 부상은 결혼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콘텐츠를 백래시라고 보는 이유는, 단지 남편의 재력 과시를 넘어 비혼과 맞벌이 여성 모두를 저격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젊음과 외모를 남성의 경제력과 교환하는 시선이 평등하거나 독립적인 삶에 위협일 수 있다는 페미니즘적 견해를 공격하거나 비꼰다.
릴스 “오빠가 ‘물물~’ 거리면 물 갖다주는 내 인생”을 봐도 그렇다. 이 콘텐츠는 “주체적으로 아침마다 호텔로 운동 다니고 주체적으로 심심하면 쇼핑하고 주체적으로 호텔 라운지에서 친구들 만나 수다 떨고 (…) 이래도 여자는 자아실현 아득바득해가면서 주체적으로 살아야 할까요…?”라고 말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자아실현이 오히려 피로할 수 있다는 틈을 노려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앞세우는 것이다. 상향혼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경력 단절에 취약하다는 지적에는 “회사에서 비위 맞추고 잡도리당하는 것보다 이게 낫지 않아요? (아, 근데 전 회사생활 해본 적 없어요)”라고 비꼰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20대에 취집했냐고 받는 악플’을 릴스로 보여주며 이 악플을 콘텐츠화하기도 한다.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를 표방하는 인스타그램 릴스 갈무리.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가 정확히 과시하는 건 ‘회사생활’의 반대항으로서 전업주부의 삶이다. 이는 “27살에 한남동 집 증여받았어요” “백수였던 내가 오빠한테 선택받은 이유” 같은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뤘고, 이것이 ‘적은 노력’으로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200따리’(‘월급 200만원대 받는 사람’을 낮춰 부를 때 쓰는 비하·자조 표현)라며 임금소득자의 삶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는 지금 여성청년들이 직면하는 노동시장에서의 취약성을 파고든다. 여성들이 주식 종목처럼 자신의 학력·가임력·노동력·재력을 저울질하며 생존의 재무제표를 셈하는 동안,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나 결혼시장 내 ‘등급’을 매기는 결정사 인플루언서들의 부상은 결혼이라는 위험 종목을 부추기며 모종의 이익을 회수하고 있다. 상향혼 바이럴 콘텐츠 계정주들이 ‘공구’(공동구매) 링크를 걸어둔 까닭이다.
도우리 작가·‘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모두가 단일하게 매력적이기를 기대받고 또 기대하는 시대, 매력의 재발명을 고민하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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