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30%의 학교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주심 김신 대법관) 파기환송 판결이었다. 학교 내 집단괴롭힘을 당한 성소수자(동성애자) ㄱ군의 자살에 대해 학교의 책임이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한 것이다. 앞서 부산지방법원은 2012년 7월 1심에서 ㄱ군의 자살을 예방하지 못한 학교의 책임을 물어 부산시가 ㄱ군 유족에게 손해배상금 5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013년 7월, 대법원은 같은 건에 대해 학교에 책임이 없다는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5500여만원은 ㄱ군이 살았을 경우 생길 기대수익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나머지 70%의 책임이 부모 등에 있다고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30%의 학교 책임마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학생 자살에도 괴롭힘 심하지 않았다?판결문을 종합하면,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ㄱ군에게 같은 반 학생들은 “뚱녀” “걸레년”이라고 욕했다. 일부 학생들은 “발로 엉덩이를 파고들”거나 “지우개 가루와 감기약 시럽을 뿌리고” 괴롭혔다. 반에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학생마저 그를 폭행하자, 2009년 9월15일 ㄱ군은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를 책상에 남겼다. 메모는 담임교사에게 전달됐다. 학교에서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ㄱ군의 우울증과 자살 생각 척도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왔다. 담임은 ㄱ군의 부모를 불러 전학을 권했다. 결국 ㄱ군은 11월30일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허리띠로 목을 매 자살했다.
이런 과정에 대해 1심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교육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ㄱ군과 반 학생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난 경우 ㄱ군의 예민함과 동성애적 성향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ㄱ군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해결을 모색하려 했던 점”, 괴롭힘이 일어난 수업 시간 전후의 휴식 시간도 교사의 보호·감독 의무에 속한다는 점 등을 들어 교사의 책임을 물었다. 이에 따라 담임교사의 고용주인 부산시청에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괴롭힘이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예측” 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보았다. 판결문은 “반 학생들의 조롱, 비난, 장난, 소외” 등 행위가 “아주 빈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행위의 양태도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조롱, 비난 등에 의한 것이 주된 것이었던 점 등을 비추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괴롭힘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려우며”라고 적시했다. 따라서 “사고 발생 당시 담임교사에게 망인의 자살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결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책임 방기하는파기환송심 변론을 맡은 한가람 희망법 변호사는 “소수자여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 예컨대 혼혈·이주민·성소수자에 대한 학교의 책임을 방기하게 만드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판결은 학생인권조례와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 학생인권조례가 싫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이를 의식해야 하는 교사들이 있는 것처럼, 변화한 인권 상황을 반영한 판례는 인권 상황을 변화시킨다. 대법원 판결의 주심은 소아마비를 앓은 적이 있는 김신 대법관이었다. 그는 소수자 몫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고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의 배경에 그의 종교적 신념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기독교 선교 금지국의 지진에 대해 “하나님의 경고”라고 써 논란을 일으켰다. 이것은 인간의 법인가 신의 법인가?
심사위원 20자평▶유성규 무책임한 학교, 무책임한 대법원, 이제는 무책임 사회?
조혜인 법원에 소수자혐오, 폭력, 자살에 대한 기초학습을 권함.
홍성수 학생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 전환이 필요한 시점.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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