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법원의 역주행 판결이 있었다. 2014년 10월 대법원은 “당시엔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로 선언되지 않았으므로 긴급조치로 인한 복역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앞서 2013년 “긴급조치 9호는 당시 유신헌법으로 비춰봐도 위헌·무효”라는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나아가 지난 3월에는 역주행의 완주라 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는 문구가 인구에 회자됐다.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 행위는 고의 내지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기영)는 지난 9월11일 긴급조치 9호 피해자인 송상환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앞선 대법원 판결을 적시하며 긴급조치 9호를 위법행위라고 반박했다.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원고 송상환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1968년 납북된 송상환씨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 등으로 수감됐고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앞서 지난 2월 광주지법 목포지원도 긴급조치 9호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이 ‘고도의 정치행위’를 하면 하급심이 이의를 제기하는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법대로’ 하자는 양심의 울림을 어떤 위계도 막지 못했다.
심사위원 20자평
양현아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수사 뒤로 숨어버린 대법원의 허구성을 벗겨낸 소신 있는 하급심
최은배 헌법 위반 긴급조치 9호가 불법행위임을 다시금 일깨운 용기 있는 판결
송소연 긴급조치 옹호로 뇌사한 대법원, 하급심이 ‘응급조치’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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