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도 간첩이 침투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신상정보를 북으로 넘겼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협업 끝에 완성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공소장 내용을 한번 적어보겠다. 북한에서 태어난 화교 유우성씨는 2004년 4월 남한으로 들어왔으며 재북화교라는 사실을 숨기고 ‘탈북자’로 인정받았다. 유씨는 2년 뒤인 2006년 5월22일, 어머니의 부고를 접하고 입북했다가 회령시 보위부 요원에게 검거됐고 공작원으로 활동하겠다고 약속한 뒤 남한으로 돌아왔다. 유씨는 탈북 대학생 모임에서 활동하고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200여 건의 탈북자 신상정보를 북한에 넘겼고, 2007~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 회령으로 들어가 보위부 반탐(방첩)부부장에게서 꾸준히 지령을 받았다.
‘약점’ 잡은 국정원, 협박하고 때리며 탈북자 심사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이 완성한 ‘공소사실’은 재판이 거듭될수록 무참히 깨져버렸다. 유씨가 북한을 드나들었다는 날짜부터 맞지 않았다. 검찰은 유씨가 2012년 1월22~24일 북한에 머물렀다고 주장했지만, 이때는 설을 맞아 유씨가 중국 옌지에서 아버지·여동생과 함께 있었던 기간이다. 1월22일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었고 그날 밤 불꽃놀이를 즐겼다. 23일 밤에는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씨의 아이폰 속 사진이 이를 또렷이 증명했다. 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유씨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자 “유씨가 2012년 1월24일 새벽에 북한에 들어갔다가 같은 날 밤에 돌아왔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사님, 당황하셨어요?)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가 14일 중국 길림성 용정시 인근 산에 올라 자신의 고향인 북한 회령시와 두만강 일대를 돌아보고 있다. 유씨는 자신이 국가정보원에서 진술한 뱀골초소 쪽 두만강 지역을 가리키며 “여자가 혼자 도강하기에는 수심이 깊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국정원의 강요로 간첩행위를 한 것처럼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이 유씨의 혐의가 입증됐다며 들이민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의 진술도 모순투성이였다. “2011년 7월 회령을 떠나 중국 옌지로 완전히 이사를 나왔지만, 아버지는 사업 관계로 회령과 옌지를 왔다갔다 했다. 나도 2012년 7월 회령에 들어가 오빠한테서 받은 탈북자 자료를 반탐부부장에게 전달하고 회령 집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보위부 사무실을 찾았다”는 게 유가려씨의 진술이었다. 중국 옌지로 “완전히 이사를 나왔다”면서도 북한에 들어가 “회령 집에서 잠을 잤다”고 주장한 것이다. 유씨의 진술 자체만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의 ‘그림’은 유가려씨가 2012년 10월 남한으로 들어온 뒤 탈북자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줌마 수사관’과 ‘대머리 수사관’은 협박하고 때리고, ‘60대 아저씨’는 새벽까지 “오빠가 간첩 맞지?”라며 거짓 진술을 유도했다는 게 유가려씨의 주장이다. 화교 신분을 속이고 자신의 오빠처럼 남한에 정착하려 했던 유가려씨는 국정원에 ‘약점’을 잡힌 상황이었고 그의 진술은 그런 이유로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는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간첩 사건의 경우 그 행위의 상당 부분이 북한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사 내지 증거 조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특수성이 있어도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이 완화되거나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번 사건은 국정원의 대공수사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국회에서는 국정원개혁특위가 돌아가고 있고 이래저래 반성해도 모자랄 판인데, 국정원은 대공수사권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오창익 만만한 탈북자만 간첩으로 모는 작태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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