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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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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휴게소 운영사에게 떼인 28억원… 점주는 세상 등졌다

미지급 대금 28억원 ‘인앤아웃’, 민원 내면 계약해지…
팔짱 낀 도로공사, 물의 빚은 운영사들과 재계약 반복
등록 2026-04-03 01:44 수정 2026-04-06 09:35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로 차량들이 들어가고 있다.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로 차량들이 들어가고 있다.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윤철수(가명)씨는 2019년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에 유명 캐릭터 기념품 가게를 열었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손님이 생각만큼은 많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휴게소여서 월평균 2천만원가량 매출이 나왔다. 코로나19만 지나가면 수익도 챙기고 투자자들에게 배당금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생겼다.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로부터 입찰받아 휴게소를 운영하는 민간 운영사가 물품 대금을 윤씨에게 지급하지 않고 버틴 것이다. 운영사 ‘인앤아웃’은 “우리도 힘들다. 조금만 기다려라”라며 차일피일 대금 지급을 미루기만 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약 1억원의 물품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직원 월급 챙겨주랴 대출이자 갚으랴 손실만 나날이 늘어갔다. 심지어 가게에 개인적으로 투자한 인앤아웃 관계자는 월 300만~400만원의 ‘뒷돈’까지 요구했다. 재계약 전권을 쥐고 있는 운영사 쪽 사람이기에 윤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뒷돈을 챙겨주게 됐다.

윤씨가 2017년부터 운영하던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망향휴게소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망향휴게소 운영사인 ‘제이에스물산’ 역시 2020년까지 모두 2억원가량의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버티다 못한 윤씨는 2020년 3월께 도로공사에 팩스로 민원을 넣었다. 정작 연락이 온 건 제이에스물산의 관계사인 인앤아웃 쪽이었다. “(도로공사에) 민원을 넣었느냐”고 따지며 윤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윤씨는 기흥휴게소 기념품 가게 인테리어에 들인 3억원과 망향휴게소 커피전문점 인테리어 및 시설비에 들인 2억원을 날리고 두 휴게소를 떠나야 했다. 투자자와 채권자들의 변제 요구가 빗발쳤다. 윤씨는 2020년 5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윤씨는 주변에 “인앤아웃과 제이에스물산으로부터 돈을 못 받아서 너무 힘들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소비자가 쓴 돈, 점주 건너뛰고 운영사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고속도로휴게소의 운영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도로공사가 관할하는 전국의 고속도로휴게소는 215곳이다. 여기서 12곳은 민자로 지었고, 민간 휴게소는 2곳, 도로공사 소유의 휴게소는 201곳이다. 도로공사는 201곳 가운데 3곳만 직영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198곳은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 운영사에 운영을 위탁한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운영사와 임대계약을 할 때 “영업권을 제3자에게 재임대할 수 없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고 있다. 이 때문에 운영사는 휴게소 입점 업체와 ‘물품 공급 계약’을 맺는다. 그러니까 실제 물품 판매는 입점 업체가 하지만 소비자가 낸 돈은 운영사에 입금된다. 운영사는 이 물품 판매 대금 가운데 일부를 수수료로 떼고, 일부는 도로공사에 임대료로 낸 뒤 남은 금액을 입점 업체에 지급한다. 문제는 운영사가 이 물품 대금을 입점 업체에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버텨도 도로공사가 이런 문제를 제대로 감시·감독을 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사가 도로공사 전관들을 통해 로비하고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인앤아웃은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 충주휴게소를 운영하는 업체다. 한겨레21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앤아웃의 대표이사는 엄정욱 회장이다. 인앤아웃의 지분 80%를 보유한 대주주는 엄 회장의 아내 김아무개씨이고, 지분 18%는 제이에스물산이 보유하고 있다. 제이에스물산은 부산 방향 망향휴게소를 운영하는 민간 운영사로 2022년까지는 엄 회장이, 2023년부터는 엄 회장의 아들이 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제이에스물산의 나머지 지분은 엄 회장의 형제들이 보유하고 있다. 엄 회장 일가가 휴게소 세 곳(기흥·충주·망향)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엄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모든 휴게소의 물품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21이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휴게소 납품대금 미지급 현황’ 자료를 보면, 2025년 12월 기준 인앤아웃의 기흥휴게소 물품 대금 미지급금은 12억8천만원, 제이에스물산의 망향휴게소 미지급금은 11억4천만원이다. 2026년 2월 기준으로 인앤아웃의 충주휴게소 미지급금은 3억6천만원이다. 세 휴게소의 합만 27억8천만원에 이른다.

윤씨와 마찬가지로 기흥휴게소에서 한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수헌(가명)씨도 모두 합쳐 6억원가량의 돈을 받지 못했다. 장부에 적힌 미지급금만 2010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5억6천만원이다. 2026년 3월 말까지 미지급금은 모두 6억7천만원에 이른다. 정씨는 “10년 동안 돈을 제대로 받은 적이 거의 없다”며 “지연이자만 1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고속도로휴게소 수십 군데에 김치를 공급하는 김치 생산업체 김성훈(가명) 대표도 기흥휴게소와 충주휴게소로부터 2023년 7월부터 약 2년8개월 동안 1억3천만원에 이르는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주말도 없이 일하는데, 은행 이자는 계속 나가고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며 “직원들 월급도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자를 수도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점주에게 물품 대금 미지급, 만연한 현상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고속도로휴게소 푸드코트 입구.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고속도로휴게소 푸드코트 입구.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물품 대금 미지급은 고속도로휴게소 운영사가 가장 빈번하게 일으키는 문제다.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여주휴게소와 인천 방향 횡성휴게소를 2024년 7월까지 운영한 영동레저도 물품 대금 미지급 사태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다. 영동레저가 체불한 직원 임금과 미지급한 물품 대금 등을 합치면 1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대전고속도로 양방향에서 고성공룡나라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 연합진흥도 5~6년 전부터 입점 점포들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휴게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휴게소 업계 관계자는 “도로공사에 민원과 탄원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공식화한 건 5~6년 됐지만, 물품 대금 미지급 사태는 10년 전부터 불거진 오래되고 만연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입점 업체들이 크게 저항하지 못하는 건 운영사들이 계약해지 등을 빌미로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기흥휴게소의 한 입점 업체 상인은 “미수금을 달라고 인앤아웃에 요구하면 휴게소에서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며 “실제 많은 가게가 돈을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가 계약이 해지됐다”고 말했다. 인앤아웃이 입점 업체와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물품 공급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입점 업체 상인들은 가게 인테리어 공사도 자기 돈을 들여 해야 했다. 이 때문에 계약이 해지되면 윤철수씨처럼 인테리어 비용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수헌씨는 2021년께 인앤아웃의 물품 대금 미지급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도로공사 건물까지 찾아갔지만 계약해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 정씨는 민원을 넣지 않았는데도 인앤아웃 쪽이 전화해 “민원 넣으시려고 했느냐?”라고 물어 위압감을 느꼈다고 했다.

 

노조 탄압, 산재 은폐, 식품위생 위반…

 

휴게소 운영사의 문제는 물품 대금 미지급만 있는 게 아니다.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악화한 운영사도 있었다. ㄱ운영사는 2017년 ㄴ휴게소의 운영권을 도로공사로부터 낙찰받은 뒤 상여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 등을 없애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을 20%가량 삭감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를 빌미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결과적으로 2017년 이전에 견줘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38%나 줄게 됐다. 이에 노동조합은 2021년 월 3만원 상당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으나 ㄱ운영사는 이를 거부했고,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실질임금이 줄면서 노동자 30% 정도가 퇴사했지만, 운영사는 인력도 충원하지 않았다. 노조는 도로공사에 ㄱ운영사의 노조 탄압,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근로현황 실태조사 등의 관리감독을 요구했지만 도로공사 쪽에선 별다른 응답이 없었다.

산업재해 은폐 의혹을 받은 운영사도 있다. 2025년 2월17일 호남고속도로 익산미륵사지휴게소 푸드코트에서 인덕션이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노동자가 연기를 흡입하고 열기에 얼굴이 달아올라 병원 치료를 받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 휴게소 운영사인 한남상사가 인명 피해 사실을 도로공사에 보고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3일의 병가 휴가만 준 뒤 다시 출근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재가 발생했을 때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해선 안 되고, 관계 법령에 따라 발생 일시와 장소, 원인과 재발 방지 계획 등을 기록해 보존해야 한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여산휴게소 분회는 4월24일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익산미륵사지휴게소에서 2017년 이후 15번의 산재 사고가 있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도외시하는 사업주로 인해 화상과 열상, 베임, 낙상 등 노동자들이 다치고 있다”며 “한남상사가 산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위생 문제가 적발된 휴게소 운영사들도 있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도로공사로부터 받은 ‘2020~2025년 고속도로휴게소 식품위생 위반 조치 현황’ 자료를 보면, 모두 22건의 식품위생 위반 행정처분이 이뤄졌다.

 


도로공사 한 해 17차례 점검, 짜고 치나

 

이런 상황인데도 휴게소 운영권을 관장하는 도로공사는 운영사에 대해 별다른 감시·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휴게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도로공사의 휴게소 점검은 한 해에 17번 정도 진행된다. 매달 도로공사 지사가, 분기마다 지역본부가, 1년에 한 번은 도로공사 본사 차원의 ‘운영서비스평가’가 이뤄진다.

특히 1년에 한 번 하는 운영서비스평가에서 도로공사는 매년 휴게소를 1~5등급으로 평가해서 임대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한다. 평가는 200점 만점으로 △고객서비스 향상 △위생관리 △매출 관리 등의 ‘계량’ 지표가 120점, △식품과 음료(F&B) 혁신 부분 △서비스 향상 △공공성 강화 △근로환경 개선 △공정한 납품거래 및 상생협력 등의 ‘비계량’ 지표가 80점 배정된다. 이후 상위 5%는 1등급, 6~15%는 2등급, 16~85%는 3등급, 86~95%는 4등급, 96~100%는 5등급을 받는다.

등급에 따른 계약해지 조건은 계약 시기와 이전 계약 기간에 받은 등급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2015년 이후 계약한 휴게소 운영사는 5등급을 2번 이상 받으면 계약이 해지된다. 2012년 이전에 계약한 운영사가 3번 이상 재계약했을 경우에는 4등급 이하만 받아도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문제가 됐던 휴게소 운영사들은 도로공사의 운영서비스평가를 잘 비켜 갔다. 인앤아웃과 제이에스물산이 운영하는 휴게소들은 계약해지는 물론 5등급조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가장 최근 평가인 2024년에는 기흥휴게소가 3등급, 충주휴게소는 4등급, 망향휴게소는 3등급으로 모두 계약해지 기준을 넘겼다. 기흥휴게소는 2019년, 망향휴게소는 2016년에 1등급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엄 회장 일가는 기흥휴게소와 망향휴게소를 32년(4번 재계약), 충주휴게소는 12년(2번 재계약) 연속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동조건이 일방적으로 악화한 ㄴ휴게소 역시 한 번도 5등급을 받지 않았다. 산재 은폐 의혹이 인 익산미륵사지휴게소도 마찬가지였다. 순천 방향 익산미륵사지휴게소는 2022년 5등급을 받았지만 2023년 3등급을 받아 계약해지 기준(첫 계약 운영사의 경우 5등급 2번)을 넘겼고, 천안 방향 익산미륵사지휴게소는 한 번도 5등급을 받지 않았다.

식품위생 문제가 있는 휴게소들도 마찬가지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 문경휴게소(2022년 수질검사 부적합)와 양평 방향 문경휴게소(2022년 식품 등의 취급 위반),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안성휴게소(2023년 이물혼입), 통영대전고속도로 대전 방향 덕유산휴게소(2022년 이물혼입),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함평천지휴게소(2022년 기구 및 용기, 포장 관리 위반) 등 5곳은 2016~2025년 도로공사의 운영서비스평가에서 항상 높은 등급(1~3등급)을 받았다. 식품위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발돼 행정처분까지 이뤄졌지만, 정작 도로공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운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윤석열 장모 최은순씨의 ‘적자 해결’ 약속

 

이 때문에 운영서비스평가가 도로공사 입맛대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휴게소 운영사 관계자는 “계량 평가의 경우엔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에 그나마 믿을 수 있지만, (운영사가 제출한 보고서 평가와 현장 실사 인터뷰로 진행되는) 비계량 평가는 거의 다 도로공사 관계자들로 이뤄진 평가단이 사실상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운영사 입장에서도 기준이 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로공사가 임의로 계약해지 여부를 정해놓고 등급을 조정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휴게소 업계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특정 휴게소 운영사 계약해지를 막기 위해서 운영사에 문제가 있더라도 3등급 이상을 주는 경우도 있고, 지난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서 계약해지 당하지 않을 만한 휴게소라면 그다음 평가에서 4등급 이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최악의 평가를 받아 계약해지 위기에 놓였던 운영사가 갑자기 1~2년 만에 최고의 평가를 받거나 반대의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동해고속도로 포항 방향 외동휴게소는 2016년 5등급에서 2019년 1등급으로 ‘점프’했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서울 방향 홍성휴게소는 반대로 2018~2019년 1등급이었다가 2022년 5등급으로 급락한다.

도로공사에 대한 운영사들의 로비가 운영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도로공사에서 퇴직한 전관들이 휴게소 운영사에 대표 등 사내이사와 감사로 포진돼 있어, 평가 기간 전후로 도로공사 쪽에 압력을 넣거나 회유하는 일이 많다는 게 휴게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3개 휴게소를 운영하는 엄정욱 회장도 평소에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7년 8월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한 엄 회장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엄 회장은 인앤아웃 직원에게 “망향(휴게소) 때문에 내가 맨날 도로공사 가서 고개 숙이고 다니고 말이야. (…) 솔직히 도로공사 (골프) 부킹해주기도 싫고, 술 사주기도 싫고, 골프 치기도 싫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엄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휴게소에서 20년 넘게 일한 한 직원은 “엄 회장이 국회의원들이랑 통화하는 걸 들어본 적도 있다”며 “이 휴게소가 어떻게 운영평가에서 3등급 이상을 받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엄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에게 휴게소 운영과 관련한 요청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엄 회장은 한겨레21과 만나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씨와 여의도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씨가 2023년께 내가 운영하는 기흥휴게소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씨에게 기흥복합휴게소 적자 문제 해결을 요청했고, 최씨가 ‘문제가 심각하네요’라며 해결해주겠다고 답했다”며 “최씨와 골프 약속을 잡고 또 만나려고 했는데, 약속 이틀 전에 구속됐다. 그 이후엔 연락한 적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2023년 7월 개인 비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점주 죽음 뒤로도 사태 파악 못했다니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 푸드코트 안내판.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3월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기흥휴게소 푸드코트 안내판. 용인(경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특히 운영평가에서 운영사의 모든 회계자료 등을 열람하고, 휴게소를 방문해 가게와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도로공사가 엄 회장 일가나 다른 운영사들의 물품 대금 장기 미지급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도로공사는 2020년 윤철수씨가 세상을 떠나고, 정수헌씨의 미수금이 6억원이나 쌓이는 동안 엄 회장 일가의 미수금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김성회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을 통해 2023~2024년 엄 회장 일가 운영사들이 가게에 물품 대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엄 회장 일가가 휴게소 운영권을 걸고 도로공사와 소송까지 하면서 장기 운영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2027년이 되면 인앤아웃은 기흥휴게소(6월), 충주휴게소(10월) 운영권을, 제이에스물산은 망향휴게소(6월) 운영권을 도로공사에 반납해야 한다. 2010년 도로공사 규정에 운영사가 휴게소를 ‘최장 15년’ 동안 운영할 수 있다는 ‘재계약 상한제’가 생기면서 애초 2025년이면 운영권을 반납해야 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년 유예 기간까지 얻으면서 2027년까지 휴게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인앤아웃은 2022년 12월 ‘최장 15년’ 동안만 휴게소를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 도로공사의 재계약 상한제가 무효이고, 기타 재계약 조건에 관한 내용을 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변경·결정할 수 있다고 한 조항 역시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앤아웃은 또한 도로공사가 휴게소에 딸린 복합쇼핑몰(복합휴게소) 인수와 휴게소 시설 공사 진행을 강요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했다. 수원지법 민사14부는 2024년 1월 재계약 상한제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고, 인앤아웃의 손배 청구는 기각했으며, ‘기타 재계약 조건에 관한 내용을 도로공사가 일방적으로 변경·결정할 수 있다고 한 조항’에 대해서만 무효라고 판결했다. 인앤아웃은 이에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휴게소 업계에선 인앤아웃이 휴게소 운영 기간을 무작정 늘리기 위해 도로공사에 소송을 걸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휴게소 업계 관계자는 “인앤아웃의 소송 목적 자체가 시간을 오래 끄는 것으로 보인다. (휴게소 운영권을) 반납해야 하는데, 반납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2019년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안성휴게소를 운영했던 운영사(영풍그룹)도 휴게소를 반납해야 하는데, 도로공사에 소송을 걸어서 몇 년 더 운영했다. 소송 비용보다 소송 걸고 2~3년 더 휴게소를 운영하면 남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운영권 연장 노려 도로공사 상대로 소송까지

 

인앤아웃 쪽은 한겨레21에 “도로공사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기흥복합휴게소를 인수해 운영하게 되면서 10년간 140억원의 막대한 운영 적자가 발생해 물품 대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엄 회장은 “추가로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사업이 잘 풀리고 있고, 휴게소 임대 보증금이 있으니 미수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공사 쪽은 “공사는 운영사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납품 계약 관계에 깊게 관여할 수 없어서 물품 대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운영서비스평가 배점이 낮다”며 “그렇지만 특별히 특정 운영사를 봐주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물품 대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경고 등 제재 처분으로 추가 감점도 반영하고 있으나 다른 평가 지표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을 경우 전체 평가 결과가 평균 등급으로 산정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김성회 의원은 “공적 자산인 휴게소의 운영사가 입점 업체를 상대로 뒷돈 수수, 시설비 전가 등의 갑질을 자행하고 물품 대금까지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비위 운영사를 즉각 퇴출시키는 것은 물론, 부실 평가·점검으로 사태를 키운 도로공사에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21은 휴게소 관련 업계에 한국도로공사 출신이 재취업하는 '전관 예우' 실태, 휴게소 운영사 관련 논란, 휴게소 물가를 올리는 불합리한 관행, 휴게소와  도로공사 정책 관련 개선이 필요한 사안 등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제보 주실 곳
chai@hani.co.kr(채윤태 기자), juneyong@hani.co.kr(박준용 기자)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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