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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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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가 많다고 AI 강국이 아니다

인프라 수혜자는 국외 빅테크 기업… 전력·지하수 부족, 소음·진동, 환경 피해는 한국 몫
등록 2026-07-16 19:26 수정 2026-07-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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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26년 7월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에이아이(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관련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26년 7월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에이아이(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관련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6월,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는 ‘한국데이터센터 시장 2026~2029’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 즉 ‘아이티(IT) 전력공급 가능량’이 2025년 1.1기가와트(GW)에서 2029년 1.6GW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IT 전력공급 가능량’은 데이터센터 전체 운영 전력 중 공조와 냉각 등에 쓰이는 전력량을 제외하고, 서버와 저장장치 등 IT 장비에만 들어가는 전력량을 뜻한다. 2020년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 전력량은 0.4GW였다. 불과 5년 만에 데이터센터 전력량이 3배 가까이 늘었고, 또다시 4년 만에 1.5배 증가하리라 예상되는 것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 울주에 건설 중인 새울 핵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이 1.4GW임을 고려할 때, 2029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전망치 1.6GW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대기업이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중 에이아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계획은 KDCC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9년까지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2035년까지 10GW가 추가돼 총 18.4GW에 달하는 데이터센터가 새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무리 AI 서비스가 인기라 할지라도 갑자기 이렇게 많은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수 있을까? 이 막대한 인프라를 누가 사용하게 되는가? 계획된 18.4GW 중 대부분은 에스케이(SK)그룹(15GW)과 지에스(GS)그룹(2.4GW)의 물량이다. 이들 대기업은 전세계적인 A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토록 방대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SK그룹 역시 이런 질문을 예상했던 모양이다. 메가프로젝트 발표 당일인 2026년 6월29일, SK텔레콤은 질의응답(Q&A) 형식의 설명 자료를 통해 “15GW 규모는 국내 시장을 고려할 때, 적정한 규모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2030년 미국에서만 15GW의 AI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답했다. 이어 “울산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를 마중물 삼아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며, 협의가 가시화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수요가 아닌,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에 허덕이는 국외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유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고백이다.

이런 정황은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7월3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분들이 급히 지어야 하는데 전력공급이 안 되니까 한국으로 막 넘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2028년까지는 되냐, 2030년까지는 되냐, 한국이 전력이 되면 한국으로 오겠다”며 미국 AI 데이터센터 건설 기업들이 한국 쪽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선언한 미국 뉴욕주
네이버가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내부 모습. ‘데이터센터 각’ 누리집

네이버가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내부 모습. ‘데이터센터 각’ 누리집


SK그룹이나 김 장관의 말처럼 최근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을 모니터링하는 ‘데이터센터 워치’에 따르면, 2026년 1~3월에만 미국 내에서 최소 1300억달러(약 194조원) 규모의 75개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이는 이 단체가 집계한 2025년 전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을 벌이는 지역단체도 2025년 말 396곳에서 2026년 3월 말 833곳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치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3월 신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AI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법’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주의회 차원의 활동은 더욱 광범위하다. 2026년 첫 6주 동안에만 30개 넘는 주의 의회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이 300개 이상 발의됐다. 15개 주에서 신규 데이터센터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카운티 차원의 조례 제정은 더욱 활발해 메릴랜드, 인디애나, 아이오와, 플로리다, 콜로라도 등 미국 전국 최소 50곳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됐다. 이들 조례는 신규 데이터센터 전면 금지, 일시적인 중단(모라토리엄), 각종 규제 조항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인디애나주의 경우, 2개 카운티가 신규 데이터센터 전면 금지 조례를 제정했고, 임시 금지와 규제 조항이 담긴 카운티는 각각 17곳과 11곳에 이른다. 이들을 합하면 인디애나주 전체 92개 카운티의 3분의 1에 이를 정도로 많은 수다. 미국에서도 그동안 세금 감면 등 데이터센터를 지원하는 정책이 많았으나, 이제 규제와 감독으로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다.

7월14일에는 뉴욕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뉴욕주 의회는 20메가와트(㎿) 이상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주지사가 이와 별도로 50㎿ 이상 데이터센터의 신규 환경인허가를 1년간 중단하는 행정명령까지 내린 것이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데이터센터가 공과금을 올리고 자원을 고갈시킨다”며 규제 기준 마련을 지시했고, 대형 데이터센터에 적용됐던 판매세 면제 조항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이 만들어진 것은 데이터센터의 악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6월 공개된 로이터와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7%가 ‘AI 데이터센터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공화당, 민주당, 무당층에서 비슷하게 나타난 결과다. 데이터센터를 빠른 속도로 짓는 것에 ‘대체로 좋은 일’이라고 밝힌 이들은 33%에 그쳤다. 64%는 동의하지 않았고, 자기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도 괜찮다는 답변은 14%에 불과했다. 많은 전력 사용으로 인한 지역 전기요금 인상 이외에 24시간 가동되는 냉각팬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냉각수 사용에 따른 지하수 부족, 비상용 발전기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등 데이터센터의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아일랜드가 보여준 인프라 제공의 폐해
풍력발전단지 옆에 건설된 구글 데이터 센터 전경. 구글 누리집 갈무리

풍력발전단지 옆에 건설된 구글 데이터 센터 전경. 구글 누리집 갈무리


일각에서는 전세계적인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데이터센터 건설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핵심을 간과한 주장이다. AI 경쟁의 핵심은 범용 AI의 기반이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에 있다. 오픈AI의 챗지피티(ChatGPT),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처럼 독자적 기술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독점하고, 데이터센터 임대업은 상대적으로 하위 가치사슬에 머문다.

아일랜드 사례는 인프라 제공에만 치중한 국가가 치러야 할 대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구 550만 명의 아일랜드는 서늘한 기후와 해저 광케이블망 길목이라는 지리적 이점, 파격적인 법인세율 인하 정책으로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구글과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본사와 데이터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약 120개의 데이터센터가 있고, 이들 대부분이 수도권인 더블린과 인근 지역에 몰려 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국가 전력 소비량의 23%에 이르고, 이는 아일랜드의 도시 주택 전체 전력 소비량보다 많다.

아일랜드 환경단체 ‘지구의 벗 아일랜드’는 이들 데이터센터로 인해 2015~2023년 가구당 평균 360유로(약 61만원)의 전기요금을 추가 납부했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보충을 위해 가스발전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을 이끌었고, 이 비용이 국민에게 ‘숨겨진 세금’(Hidden Tax)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향후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라 2034년까지 가구당 최대 644유로(약 110만원)의 추가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아일랜드 전력망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2021년 아일랜드 유틸리티 규제위원회(CRU)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전력계통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규모 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아일랜드 정부는 2021년 수도 더블린과 인근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사실상 중단하는 ‘더블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 조치는 2025년 말부터 자체 발전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의무화, 80% 이상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전력 조달 등을 포함한 조건부 승인 제도로 바뀌었다. 전력공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글로벌 IT 기업의 본사들이 아일랜드에 밀집했지만, 우리는 아일랜드를 ‘IT 기술 강국’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저 대기업의 세금 회피처이자, 환경 부담을 떠안은 ‘IT 인프라 기지’ 정도로 기억할 뿐이다. 하물며 데이터센터만 임대하는 형태가 ‘AI 강국’으로 이어질지는 더욱더 미지수다.

 

생태용량 넘어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은 재앙

 

자연과 사회가 일정한 활동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생태용량(Ecological Capacity)이라고 부른다. 숲이 흡수할 수 있는 탄소의 양, 하천이 정화할 수 있는 오염의 양이 무한하지 않듯, 국가 전력망과 지역사회가 감당할 에너지 용량도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좁은 국토에 무한정 발전소를 지을 수 없고, 그것이 설령 재생에너지라 할지라도 토지와 계통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단기간에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선로를 밀어붙이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지역 공동체 파괴로 이어진다.

미국 국민의 반대로 중단된 AI 데이터센터 물량을 고스란히 한국이 받아안는 것을 ‘AI 산업 육성’이라고 부를 수 없다. AI 산업의 과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독식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피해를 고스란히 한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과거 있었던 ‘공해 산업 수출’과 다르지 않다. 이를 빌미로 AI 데이터센터가 모두 완공될 2035년까지도 건설이 불가능한 핵발전소를 언급하는 것은 더욱더 어불성설이다. 불과 3년 뒤부터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하지만,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인정했듯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는 13년 이상 긴 세월이 필요하다.

우리 미래를 위해 AI 산업과 기술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술 경쟁이라는 명분이 우리의 생태용량과 시민의 삶을 파괴할 권리까지 부여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앞의 장밋빛 전망에 취해 ‘속도전’으로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적 한계선을 먼저 정하고, 그 안전망 안에서 공존하는 기술과 산업 규모를 조율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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