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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팔고, 피해자는 ‘강남 부자’라 불렀다

중앙그룹 이름 믿고 산 개인 채권자들… 부도 위험은 감추고 손실은 개인 몫으로
등록 2026-07-10 10:29 수정 2026-07-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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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2026년 6월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개인 채권자 대부분 강남 부자라 타격이 없을 겁니다.”

중앙그룹 계열사 연쇄 부도 사태로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증권사들이 개인 채권자들을 두고 이러한 여론을 조성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채권자 피해가 크지 않으니, 발행사와 증권사가 질 책임도 크지 않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악성 루머다. 개인 채권자가 모인 단체채팅방에서는 “퇴직금으로 투자한 건데 제가 강남 부자?” “부자도 아니지만 부자한테는 채무 안 갚아도 되나요?” 등 분노가 끓었다.

부도 사태를 취재하며 개인 채권자들을 만나보니, 내 집 마련을 꿈꾸며 10년 동안 월급을 쪼개 모아 마련한 1억원을 투자한 교사, 불치병에 걸린 남편 치료비에 보태려고 채권에 투자한 아내, 노후자금 8억원을 날린 일가족 등이 있었다. 대부분은 채권 등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이들은 원금은 잃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투자자문사와 증권사의 설명과 권유, 그리고 제이티비시(JTBC)의 신용등급(BBB)을 보고 채권을 샀다. 제이티비시와 중앙일보라는 대형 언론사의 이름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뢰가 흉기로 되어 돌아왔다.

중앙그룹 계열사들은 부도 위험에 처했지만, 2026년 2월 930억원에 달하는 채권(제이티비시42)을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팔면 안 됐을 위험한 채권”이라고 말한다. 정보가 부족하고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들에게 위험을 떠넘긴 것이다. 반대로 부도 위험성은 적극적으로 숨겼다. 2026년 중앙그룹이 발행한 ‘제이티비시 현황’ 자료는 장밋빛 미래만 그렸으며, 이 자료는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를 거쳐 개인에게 적극 홍보됐다. 또 증권사는 이 부실채권(제이티비시42)에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고 썼다.

개인에게 위험을 팔아넘기고 몇 달 뒤 중앙그룹 계열사들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회생신청을 했다. 개인 채권자들로부터 챙긴 돈은 안 갚을 수도 있게 됐다.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들은 수수료를 챙겼다.

이 사태를 ‘불운한 투자 실패’라고 부르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발행사인 중앙그룹 계열사들과 증권사, 투자자문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신뢰를 이용하고, 위험을 알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그 위험을 가장 취약한 개인에게 떠넘긴 사건이다. 한겨레21은 중앙그룹 연쇄 부도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 물었다. 다만 이 사태가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가 시도한 미디어 혁신 실험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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