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프로젝트’ 때문에 원전?…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최근 마을 전체가 신규 핵발전소 부지에 포함된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의 2026년 7월7일 모습. 바닷가 쪽 비탈에 집들이 있는 곳이 ‘따개비 마을’이고, 가운데 큰 도로 건너편에는 2025년 대형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임시 주거시설(주황색 지붕)이 보인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전력수요 급증과 기저전원 안정화를 위한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여부를 전문가 의견과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6~2040년)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제12차 전기본에 핵발전소(원전)와 SMR 도입을 공식화했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전기본은 앞으로 15년간의 전력수요를 전망하고, 이에 맞춰 발전설비와 송·변전설비 확충 계획 등을 담는 최상위 국가 전력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26년 7월1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40년까지 용인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에이아이(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확정적으로 늘어날 전기수요는 약 30기가와트(GW)이고, 잠재수요와 내연차의 전기차 전환, 건물 난방 전기화까지 더하면 약 50GW 이상으로 전기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하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자해 광주 군공항 부지에 메모리 반도체 팹(공장) 4개를 짓는 것을 비롯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총 4755조원 투자 규모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이재명 정부가 6월29일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조처다. 서남권 반도체 팹 건설 시점과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금까지는 (팹을 짓는 데) 9년 이상 걸렸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정부 안(2030년 6월)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AI 데이터센터는 2035년까지 18.4GW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력은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야 한다”며 핵발전소 확대 추진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후 청와대와 정부, 언론 등에서 핵발전소 확대 언급이 잇달았고, 결국 김 장관이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14일 만에 제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을 추가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동안 탈원전·감원전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윤석열 정부 때 마련한 제11차 전기본(2024~2038년)에 따라 경북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 2기, 부산 기장에 SMR 4기(1개소)를 짓기로 한 데 이어, 제12차 전기본에서도 핵발전소와 SMR을 추가로 더 짓기로 하면서 방향성을 바꿔 핵발전소 확대의 선봉에 서는 모습이다.
핵발전소는 주민수용성, 긴 건설 기간으로 인한 실효성,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은 재생에너지 확대와의 충돌, 송전망 갈등 등 다양한 문제와 얽혀 있는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3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에 얽혀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핵발전소 확대가 이뤄지는 것에 큰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6년 7월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7월7일 영덕군 영덕읍 석리. 최근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된 이 지역에는 본래 집들이 있던 터에 초록색 잡초가 성인 허리높이까지 웃자라 있었다. 화염에 유리창이 깨지고 곳곳이 검게 그을린 채 방치된 집도 눈에 띄었다. 그런 집 인근에 사람이 거주하는 집들이 나란했다. 해안 비탈에 바다를 품으며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따개비를 닮았다고 해서 ‘따개비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애처로워 보였다. 2025년 3월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을 빠른 속도로 휩쓴 초대형 산불에 초토화됐기 때문이다. 7월13일 영덕군에 따르면, 석리 전체 78가구 중 66가구(85%)가 모두 불에 타는 큰 피해를 보았다. 이재민들은 지금 따개비 마을 건너편에 마련된 임시주택 48동에서 1년 넘게 생활하고 있다. 영덕군 전체를 보면 1616가구가 불탔고, 1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재민 780여 가구가 아직도 임시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석리 전체와 함께 영덕읍 노물리·매정리와 축산면 경정리 일원 총 324만㎡(98만 평)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2026년 6월17일 신규 대형 핵발전소(원전) 2기(2.8GW) 건설 부지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부지는 2012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부)가 ‘천지원전’ 부지로 지정해 고시한 곳과 지리적으로 일치한다.
영덕에서는 지역소멸 위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핵발전소 유치가 지역경제 회생에 도움이 된다고 기대한다. 이미상(66) 석리 이장은 이번 핵발전소 유치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산불 이후 재건해도 마을이 경사져서 위험하니까 그래도 평지에 가서 살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다고 말씀해요. 원전이 들어오면 그렇게 평지로 이주하게 되고, 엉망인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거라 보고요.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이 들어오면 포항에서 출퇴근 안 하고 영덕에서 소비하며 사는 인구도 늘어날 거고. 이런 이유로 원전 유치에 석리 주민들은 거의 100% 찬성하고 있어요.”
영덕군은 2026년 2월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가 누적되고 지역의 소멸지수 심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산불 피해 복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핵발전소 유치로) 정부 재정지원과 인구유입 효과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로 영덕군의회의 동의를 받아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했다. 영덕군이 같은 달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와 리서치웰에 의뢰해 유선전화 10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영덕군민 70명과 7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치 찬성 의견이 각각 85.5%, 86.9%로 나왔다는 결과도 유치 신청의 근거가 됐다.

최인엽(59) 영덕핵시설저지30㎞연대 집행위원장이 2026년 7월7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오보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영덕은 핵시설과 관련해 여러 번 후보지로 거론됐고, 그때마다 반대운동도 거세게 일어났던 역사를 간직한 지역이다. 1989년, 2003년, 2005년 핵폐기장 후보지가 됐지만,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 무산됐다. 2012년에는 영덕이 ‘천지원전’ 부지(1.5GW 4기 이상)로 정부 고시에 의해 확정됐다. 그러나 2015년 주민자치로 실시된 찬반투표에서 91.7%가 원전 유치에 반대했고, 이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21년 원전 부지에서 공식 철회됐다.
이번에도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여전하다. 최인엽(59) 영덕핵시설저지30㎞연대 집행위원장은 “산불로 삶의 터전이 완전히 무너진 주민들에게 정부는 이제 핵발전소를 짓겠다며 또 한번 퇴거를 강요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하고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핵발전소 정책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찬성이 85% 이상 나온 영덕 주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휴대전화를 포함하지 않은 유선전화 100% 조사 방식은 표본 왜곡이다. 또 2026년 6월 한수원이 실시한 주민 여론조사 결과는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정연(58) 영덕핵시설저지30㎞연대 공동대표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영덕 주민들은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집 지어주고 보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런 기대는 실체가 없다. 산불 피해로 황망한 주민들의 상황을 핵발전소가 비집고 들어온 것일 뿐”이라며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대게, 미주구리(물가자미), 미역, 복숭아 등 영덕 특산물들의 판로가 막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덕은 한수원이 기후부에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하고, 기후부가 이를 지정·고시하면 부지가 법적으로 확정된다. 최 위원장은 “2027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정부 고시 때까지 영덕 핵발전소 부지 철회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규탄 시민사회 136개 단체 관계자들이 2026년7월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AI 산업육성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보통 14년 가까이 걸리는 핵발전소의 긴 건설 기간으로 인한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광주 반도체 팹을 이재명 정부(2030년 6월) 내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도 2029년 1차로 8.4GW 규모로 구축하고, 2035년에는 18.4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그러나 2025년 2월 발표된 제11차 전기본에 따른 신규 건설 영덕 핵발전소 2기는 각각 2037년과 2038년 준공이 목표다. 광주 반도체 팹의 경우만 봐도 시차가 7~8년 벌어져 신규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을 그 기간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신규 원전 부지로 전남 영광과 울산 울주에 각각 핵발전소 2기씩을 지을 땅이 있다며, 이처럼 부지가 확정되면 핵발전소 건설 기간은 7년이 걸린다고 라디오 방송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제12차 전기본에 이미 핵발전소 6기가 있는 영광이나 4기(2기는 건설 중)가 있는 울주에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김 장관의 말에 따른다 해도 당장 2027년 착공에 들어가는 걸 가정하면 일러도 2034년 완공이어서 역시 광주 반도체 팹에서는 4년 동안 신규 핵발전소의 전력을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핵발전소 추가 건설은 3대 메가프로젝트와 연관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제12차 전기본에서의 핵발전소 확대는 실제 3대 메가프로젝트에 의한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이번 기회에 더 많은 핵발전소를 지어보자는 핵산업계의 이해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면 신규 핵발전소 확대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 정책위원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은 20%대에 불과하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40~50%대가 되는 나라가 많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핵발전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발전 등 유연성 전원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데,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을 핵발전소하고만 연결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핵발전소 건설 시차에 따른 실효성 문제에 대한 한겨레21의 질의에 기후부 관계자는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전력수요가 증가해도 초기 수요는 서남권 내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며 “특히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ESS, 전력망 운영 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하면 첨단전략산업이 요구하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제12차 전기본 등을 통해 지역 단위는 물론 전국 차원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가용한 자원을 활용해 전력공급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도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ESS 등 유연성 자원의 확충과 전원믹스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핵발전소 확대는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와도 충돌한다. 경직적인 핵발전소와 변동성·간헐성이 특징인 재생에너지는 함께 활용하기 어려운 전원이기 때문이다. 노동절 법정 공휴일인 2026년 5월1일, 낮 12시25분 태양광발전(28.95GW)만으로 총 전력수요(57.73GW)의 50.14%를 공급했다. 이는 태양광발전이 사상 처음으로 총 전력수요의 절반을 초과한 기록이다. 이때 가스화력발전(20GW→6.7GW)과 석탄화력발전(13.8GW→5.7GW)은 자동으로 출력을 줄였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19.45GW→17.8GW로 출력 감소폭이 매우 작았고, 이마저도 자동으로 줄어든 게 아니라 하루 전에 휴일인 5월1일의 전력수요가 낮아질 것을 예상해 수동으로 줄여둔 것이었다. 이 사례로 알 수 있듯, 핵발전소는 냉난방 수요가 적은 봄가을과 전력수요가 적은 휴일 등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전력공급이 많아져도 출력을 바로 줄일 수 없는 경직성 전원이다. 전영환 전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국내 핵발전소는 가스·석탄화력발전기처럼 자동 출력 조절 없이 항상 일정한 출력으로 운전하게 돼 있다”며 “핵발전소의 출력을 줄이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핵발전소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비중을 축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2025년 기준 에너지믹스에서 핵발전소가 68.8%,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가 13.8%를 차지하는 프랑스는 2026년 2월12일, 2026~2035년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5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이전보다 20% 가까이 대폭 줄였다. 공식적으로는 전력수요 예상치가 이전보다 낮아진 점을 반영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의 이 조처가 핵발전소 57기를 운영하는 프랑스전력공사(EDF)에 유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이번 발표가 프랑스전력공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풍부해지면서 전력 가격이 하락하고 원자로 출력이 감소함에 따라 프랑스전력공사는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소의 상충관계를 짚은 것이다.
한수원은 원전의 경직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노형인 한국형 원전(APR1400)은 설계 단계부터 출력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들어졌고, 최대 20%까지만 출력감발(발전량을 줄임)을 할 수 있으며, 출력감발 가능일수도 18개월 동안 27일 안팎으로 제한돼 있다. 한수원은 2027년에는 30%(감발 가능일수도 1년에 100일 안팎으로 증가), 2032년에는 50%까지 감축할 수 있도록 기술 수준을 고도화하겠다고 2026년 1월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이후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없고, 이 일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7월8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고리 핵발전소 인근에 있는 송전탑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송전망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 2024년 기준 전력자립도는 영덕이 있는 경북이 이미 228.1%, 영광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이 213.4%, 울주 새울원전이 있는 울산이 103.4%로 모두 전력자립도가 100%를 넘는다. 100%가 넘는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전력보다 많다는 뜻이다. 남는 전력을 수도권 등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핵발전소 건설에는 송전망 신설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영덕 신규 핵발전소 송전망 신설과 관련해 기후부 관계자는 한겨레21에 “영덕 핵발전소에서 기존 송전망이나 변전소까지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송전망만 건설하면 그 외 송전망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영덕 신규 핵발전소와 기존 송전망의 접속을 위해 영덕에서 내륙 쪽으로 수십㎞의 송전망 건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기존 망에 접속된 영덕 신규 핵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경남 밀양 송전탑 사건 이후에도 전국 곳곳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망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이 새 송전망 건설도 새로운 갈등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송전망 건설은 영덕 핵발전소와는 별개의 새로운 문제”라며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송전망 건설에 대한 수용성이 낮다면, 건설 공사가 지연되고 이로 인해 전력공급 또한 지연돼 정부가 속도전을 펼치는 3대 메가프로젝트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기후정책 목표 달성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18년에 견줘 온실가스를 40% 줄이기로 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도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가장 크다. 김병권 소장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의 에너지믹스를 가정한 상태에서 1GW의 에너지를 추가로 사용할 때 온실가스가 연간 300만~400만t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9년까지 AI 데이터센터 8.4GW를 구축하기로 했으니 이 경우 온실가스가 연간 약 2500만t 증가한다. 김 소장은 “2030년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매년 약 2700만t씩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3대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비슷한 양의 온실가스가 2030년까지 최소 1년 이상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이 추가 온실가스를 감축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2030년 감축목표는 국제적으로는 자발적 목표이지만, 국내적으로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돼 있다”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법률 위반이 돼 국민이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한겨레21에 “전력공급 방안이 확정되고 제12차 전기본이 수립돼야 전력부문 추가 배출량이 정확하게 도출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2030년 감축목표 달성 여부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발전 확대를 통해 추가 전력 생산으로 인한 추가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목표 달성이 명백히 불가능할 정도로 전력부문의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면 타 부문 추가 감축을 통해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덕(경북)=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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