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1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아일릿 원희. 라디오스타 방송 갈무리
공자는 15살을 학문에 뜻을 두는 ‘지학’(志學)으로, 30살을 스스로 선다는 ‘이립’(而立)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최근 케이팝 팬들은 물리적 나이가 가진 의미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을 ‘올크크’(Old Creator Crew)로 자조하기에 바쁘다. 올크크는 평균나이 18살인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활동곡 ‘영크크’(Young Creator Crew·젊고 트렌디한 창작자 무리)의 노랫말과 프로모션 영상에 담긴 날것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밈이다. 어떤 올크크는 날것을 거리낌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미적 기준을 욕망한다.
걸그룹 아일릿의 원희가 2026년 6월 쿠팡플레이에서 단독 예능 프로그램 ‘원희는 스무 살’을 공개한다. 2007년생으로 올해 스무 살을 맞이한 원희는 스무 개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연예계 언니들을 만나러 간다. 이는 일견 2018년 방영된 제이티비시(JTBC) 예능 ‘비밀언니’가 제시한 “언니가 필요했던 동생 앞에 비밀언니가 나타난다”는 콘셉트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비밀언니’는 선미와 슬기, 효연과 하영 등을 짝지어놓은 뒤 후배가 연예계 생활을 하며 겪는 슬럼프나 고민을 더 오래 활동한 선배에게 털어놓는 구성을 보여줬다.
현재의 원희는 스무 살이라는 상징성을 온몸에 지고 있다. 연초에는 아일릿의 자컨(자체 콘텐츠)으로 ‘이원희 스무 살 반대 파티’ 영상이 공개됐다. 멤버들은 그에게 ‘말랑말랑한 볼살 유지하기’와 ‘호기심 잃지 않기’라는 항목을 담아 스무 살 계약서에 날인을 요구하는데, 이는 실제로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대부분의 대중이 원희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을 잃지 않길 바라는 농담에 가깝다. 한편 래퍼 이영지가 진행하는 유튜브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원희가 출연한 에피소드의 제목은 ‘이원희 스무 살 찬성 파티’였다. 어떤 게스트가 출연하든 빠짐없이 음주가무를 곁들이는 이영지는 이제 갓 성인이 된 게스트를 대상으로 음주를 자제하려 한다. 그러나 “오늘 나는 네가 귀엽다고 절대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어”라는 약속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촬영장을 나가기 전, 원희는 이영지의 동료가 아닌 ‘딸내미’가 된다.

2026년 3월16일 아일릿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원희 스무 살 반대 파티’ 영상 갈무리.
물론 원희가 문화방송(MBC)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부모와 처음 함께 술을 마신 일화나 심야 공포영화 관람을 했다는 점을 말하며, ‘스무 살이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틀 내에서 예상 가능한 답변을 내놓을 때도 있다. 미디어는 스무 살에게 집요할 정도로 비슷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는 주로 미성년자 때는 누릴 수 없었던 금기로부터의 해방감 같은 것이다.
그러나 스무 살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건, 인류학자 샹뱌오의 제안처럼 관계망을 넓혀가면서 낯선 사람들과의 ‘부근’을 만들 수 있는 시기라는 데 있다. 원희는 어떤 ‘언니’를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며, 완전한 고립도 밀착도 아닌 사이를 늘려나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상대에게 의존하기를 연습하고, 또 의도와 다르게 말이 전해지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상대의 일과 삶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희에게 사회에서 요구받은 ‘어른다움’을 수행하는 진공상태의 스무 살에서 벗어난 내일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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