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28일 전쟁이 멈춰선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해안가에서 피란민들이 귀향길을 재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엑소더스.’ 대탈출을 뜻한다. 창세기에 이은 구약성서 두 번째 편 ‘출애굽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예언자 모세가 노예로 끌려온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들은 기적처럼 갈라진 홍해를 건넜다. 지중해를 품은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육로로 연결된다.
2025년 1월19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멈췄다. 휴전 1단계 인질-수감자 교환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되면서, 구호물품을 가득 실은 트럭 행렬이 가자지구로 들어섰다. 전쟁 15개월여, 가자지구 전역을 떠돌며 목숨을 구걸했던 피란민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신산스러운 피란살이를 버티게 해준 가재도구를 챙겨든 이들이 표정 없이 북쪽으로 길을 나섰다. 더러 목발을 짚었고, 더러는 아이를 어깨에 올렸다. 이것은 탈출이 아니다.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음을 잘 알면서도, 내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울부짖음이다.
리파트 주다는 1월28일 이른 아침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외곽 알마와시에서 출발했다.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그의 집은 전쟁 발발 직후 폭격으로 무너졌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번 전쟁으로 가자시티 건물의 약 74%가 파괴된 상태지만 칸유니스에서 가자시티까지 약 30㎞를 해안가를 따라 종일 걸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그의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가자시티엔 아무것도 없다. (…)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고 희망이 생긴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483일째를 맞은 2025년 1월29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4만7417명이 숨지고, 11만157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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