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국 보수의 핵심 가치는 산업화였다. 물론 그것이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자유시장적 보수는 아니었다. 국가가 주도해 개발계획을 세우고, 재벌 기업에 특혜를 몰아줬으며, 노동자를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쥐어짜는 산업화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반공과 안보를 앞세워 시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총칼로 억압하고 독재를 이어갔음에도 보수가 오랫동안 주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만들어낸 산업화 모델로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는 박근혜 정부 이후 지향하는 가치를 상실했다. 박근혜는 비선 권력에게 국정을 농단하게 해서 보수의 핵심 가치인 헌정 질서를 파괴했고, 재단을 세우고 대기업에 출연을 강제하는 정경유착을 저지르는 시대착오적 행보를 보여 탄핵됐다. 윤석열은 한술 더 떠 명분도 없고 절차도 틀려먹은 불법 계엄으로 내란을 꾀해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나라 경제마저 결딴내면서 탄핵됐다. 보수가 더는 주류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된 까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2025년 2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말을 한 것은, 이렇게 두 차례나 탄핵당하고도 여전히 ‘윤 어게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을 극우로 밀어내고 민주당이 비어 있는 주류의 자리를 꿰차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대통령의 이 선언은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급성장과 함께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라는 물적 기반을 통해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민주당 정부가 이제는 성장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치르는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불리한 구도를 극복하려면 인물에서 앞서거나 이슈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에게조차 외면받으며 지리멸렬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외부에 있는 한동훈 전 대표도 자신이 출마한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마저 고전하며 존재감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 등 강공 드라이브 이슈가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하면서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집을 확장할 또 다른 계기는 찾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인데도 장동혁 지도부의 “모든 주장은 ‘이재명 정권은 친북·친중 독재’라는 어느 한 점으로 수렴되고”(김민하) 있다. 장동혁 지도부가 이렇게 나오는 까닭은 이재명 정부의 모든 정책을 ‘친북·친중 독재’로 무리하게 연결해 어떻게든 적대의 전선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에 기반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정치 구도에서도 보수를 더욱 극우로 내몰 뿐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반사체” 역할만 반복하는 한동훈 전 대표가 보수의 새 가치를 재생산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니 어쩌면 2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는 한국의 보수가 어떻게 주류 자리를 빼앗겼는지 전국적인 표심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구·경북이나 부산·울산·경남 일부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다고 해도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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