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가 ‘핫플’로 꼽히고 있다. 시장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단 한 차례(무소속)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승리를 독식한 대구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여전히 ‘절윤’(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한 채 식물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동혁 지도부가 ‘윤 어게인’ 세력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을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당은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이런 영향인지 지지율이 점점 추락했고, 급기야 대구·경북의 국민의힘 지지율(25%)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29%)보다 낮게 잡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2026년 3월9~11일 성인 1002명 대상 전국지표조사(NBS),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보수의 심장이 흔들린다’는 보도와 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하면 국민의힘 후보가 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함께 쏟아진 까닭이다.
변화의 조짐은 현실일까. 한겨레21이 설문과 심층 인터뷰로 만난 대구 지역 청년들과 민주·진보 정당의 현역 기초의원과 출마 예정자들의 분위기는 달뜬 보도들과 달랐다. 이들에겐 대구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변화하리라는 기대보다는 체념과 무력감이 훨씬 더 컸다. 하나의 정당에 의탁해 지역의 생존을 일구며 강력한 일체감으로 뭉친 부모 세대를 보면서 이 지역의 정치는 자신들이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체념과 무력감이다.
이 지역 부모 세대에겐 ‘그 정당을 놓는 순간 대구가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오랫동안 축적’돼왔다. 이 불안이 다음 세대로 전이돼 청년들에게 ‘정서적 규범’이 됐고, 그 결과 청년들은 ‘가족이나 주변 관계에 긴장과 불편을 수반하는’ 다른 정치적 선택을 꺼리게 됐다. 청년들이 대구의 보수성을 ‘이념’보다 ‘지역문화와 관성’으로 이해하게 된 배경이다. 이런 구조에서 대구는 2025년 국가통계포털 기준으로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20대 순유출을 기록하게 됐다. 청년들이 변화를 포기하고 탈주를 선택한 것이다.
견고한 대구의 정치 지형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순히 민주당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되는 ‘일회성 이변’ 정도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이 정권을 교체하는 구조가 어렵게 구축된다고 해도, 승자가 권력을 독식하는 단순다수대표제 체제에선 거대한 권력에 대한 열망과 탈진이 또다시 반복될 뿐이다. 이런 체제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지닌 정치세력이 상대적으로 쉽게 정치권력을 나누면서 견고한 지역문화와 관성에 조금씩 균열을 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도록 변화의 지속성을 구조화하는 게 우선이다.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같은 선거제도가 대안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이런 제도를 통해 나의 투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소소한 정치 변화를 만들어 일상에 보탬이 된다는 걸 경험하게 되면 청년들의 체념과 무력감은 변화하리라는 기대로 서서히 전환될 수 있다. 그렇게 체념이 익숙한 도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이면, 그제야 비로소 ‘보수의 심장’이 제대로 뛸 수 있지 않을까.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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