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1월30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대를 점거하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비정규직 관련 3법의 표결 처리를 저지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처음 논의된 건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1당으로 올라선 직후다.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으로 2년 일한 뒤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도록 하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줄이고 상시 업무를 정규직으로 채우게 될 거라고 주장했다.
같은 총선에서 10석을 확보한 민주노동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만 설정하면 사용자가 2년을 채우기 전 노동자를 해고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신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 채용 원칙을 명시하고 비정규직 사용은 예외적이고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2006년 11월30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둘러싸고 항의했으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한 명씩 끌려나갔다.
20년 전 일이 떠오른 건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고용하는 측이 1년11개월에 딱 잘라 절대로 2년을 넘게 계약하지 않아 오히려 실업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며 “(기간제법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돼버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20년 전에 했던 우려를 이 대통령이 이제야 인정한 셈이 됐다. 업계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1년11개월만 일하게 하거나 3개월씩 쪼개는 초단기간 계약을 반복하고 있다. 3개월 미만 일할 경우 당일 해고가 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렇게 기간제 노동자는 해마다 늘어 2025년 8월 기준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2024년 기준 정규직의 70.7%에 그친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20년 만에 법의 폐단을 인정해놓고도 또다시 틀린 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하지 않고 “불안정한 노동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을 해야 한다”는 말만 했다. 경기도지사 때처럼 1년 미만 노동계약 체결 때 고용 불안정성을 보상하는 ‘공정수당’을 지급하거나 2년 초과 근무를 하면 이직수당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직수당을 바탕으로 한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은 박근혜 정부 때 도입을 추진했다가 노동계의 반발로 실패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도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해선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정책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이재명 정부가 1호 노동 법안으로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서도 읽을 수 있다. 기본법은 근로기준법 보호 밖에서 점점 늘어나는 특수고용직·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진보정당과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등을 확대해 이들에게도 최저임금과 산업안전보건법, 4대 보험을 전면 적용하는 것이 기본법의 애초 취지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기본법은 되레 적용 대상 노동자를 제3지대로 분류해 차별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결국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문제의 본질은 점점 확대되는 고용 불평등 구조에 있다. 이번에도 20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 구조부터 먼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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