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2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지율이 17%를 기록했다. 2026년 2월2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다. 직전 조사에 견줘 5%포인트 하락했고, 2025년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다. 심지어 대구·경북에서도 28%로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바닥까지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네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윤석열이 1심 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장동혁 대표가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하지 않고 되레 ‘무죄 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며 윤석열을 옹호하고 나선 탓이다. 장 대표의 이런 행보는 ‘윤 어게인’이라 불리는 극우 지지층에 기대어 당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실제 한겨레21이 ‘윤 어게인’을 표방하는 참여자 1020명 규모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지난 7개월 동안 올라온 전체 대화 24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내란을 정당화하는 서사와 부정선거 음모론, 중국 혐오 논리로 똘똘 뭉쳐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계엄을 옹호하면 비호하고 계엄을 부정하면 좌표찍기와 징계 청원으로 집단 공격을 퍼붓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호 표지이야기) 앞선 전국지표조사에서 윤석열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가 잘못됐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두 번째 이유는 장동혁 지도부가 당내 야당 역할을 해온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동훈계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숙청하며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는 탓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코스피 6000 돌파,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와 ‘투기꾼’을 겨냥한 부동산 드라이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장동혁 지도부의 정략적 실패 탓이다. 실제 전국지표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67%에 달해 취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주택자인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비판에 95살 노모의 발언을 끌어들이며 맞섰지만, 과도한 설정과 작위적 감성팔이였다는 평가만 남았다.
마지막 이유는 국민의힘이 어떤 사회를 만들겠다는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반대의 정치에만 매몰된 탓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민의힘이 매달린 건 오로지 ‘반문재인’ 혹은 ‘반이재명’뿐이었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이렇다 할 비전이 없는데다 내란을 옹호하며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국민의힘 같은 정치세력도 한국 사회의 승자독식형 선거제도에선 사표방지 심리에 따라 유권자의 표가 몰리는 양당의 한 축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 지지율로도 어떻게든 ‘2등’ 자리를 유지할 것이고, 극우 정치를 하면서도 ‘보수’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강할 때를 기다려 재집권을 노릴 것이다.
이런 구조가 한국 사회의 정치적 역동성을 갉아먹는 동시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서로를 최악으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존재를 정당화해주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게 한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유지할 것인가.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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