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 당일인 2026년 2월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역에서 농성하며 ‘색동원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울산의 정신의료기관인 반구대병원에서는 지적장애인 두 명이 각각 2022년과 2024년 다른 환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병원이 평소 환자를 1151.7시간 동안 격리실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규정보다 50배 긴 시간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반구대병원은 최근 5년 동안 장애인 거주시설로부터 중증장애인 63명을 받아 입원시켰다. 이 가운데 14명은 하루 평균 11건 이상 학대 사건이 일어난 울산 태연재활원 출신이었다. 반구대병원과 같은 법인 소속 거주시설인 동원재활원, 동연요양원 등도 장애인들을 돌려가며 입퇴원을 반복하게 했다.
이렇게 학대나 성폭력, 방임 등이 확인된 장애인 거주시설이 문제 제기를 받거나 수사 혹은 폐쇄 대상이 되면 그곳에 살던 장애인들을 또 다른 거주시설이나 정신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는 관행을 ‘시설 뺑뺑이’라고 한다. 학대나 착취가 일어난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어디서 누구와 살지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시설 뺑뺑이가 벌어지는데, 이 경우 똑같이 폐쇄적 환경과 권력관계에 놓여 학대나 착취도 뺑뺑이처럼 반복된다.
최근 시설장에 의해 여성 거주인 전원이 성폭력 및 학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난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도 시설 뺑뺑이가 일어났다. 2025년 10월 기준 색동원에 살던 중증장애인 33명 가운데 19명이 이전에도 학대 시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명 가운데 2명은 장애인 폭행 및 사망 사건이 발생한 옹진군의 장애인 거주시설 ‘해바라기’에서 왔고, 또 다른 1명은 학대 사건이 발생한 부평구 미신고 종교시설 출신이다. 부평구 미신고 종교시설은 심지어 감금 형태로 운영됐다. 19명 가운데 16명이 인정재활원 출신인데, 이 재활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시설이란 단체생활은 본질적으로 인권침해적일 수밖에 없다.”(이번호 표지이야기)
설 명절 기간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색동원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연서명을 받고 있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보고 국가의 책무를 재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자기결정권, 사회참여를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행해야 할 의무를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모든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탈시설 지원 의무를 지우고 거주시설의 단계적 폐쇄를 규정한다. 소득 지원, 공공임대 및 주거유지 지원, 활동 지원 확대, 의료·건강·직업·주간활동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색동원 성폭력·학대 피해자인 김자은(40대·가명)씨는 한겨레21과 만나 “혼자서 이쁜 집 해갖고” “자립하고” 싶고, “흰색 이불에 흰색 커튼을 달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시립희망원 등 시설에서 28년 동안 거주한 한 장애인은 탈시설 자립 이후 “내 집, 내 밥그릇, 내 숟가락, 주어지던 식판에서 내 그릇이 생긴 게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본적이면서도 소박한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사회는 더 이상 인간의 존엄을 말할 자격이 없다.
글·사진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임은정, ‘한명숙 사건’ 소환해 백해룡 저격…“세관마약 수사, 검찰과 다를 바 없어”
![[단독] 김용현 변호인 ‘감치 15일’ 집행 못 했다…남은 5일은? [단독] 김용현 변호인 ‘감치 15일’ 집행 못 했다…남은 5일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226/53_17720869463045_20260226502791.jpg)
[단독] 김용현 변호인 ‘감치 15일’ 집행 못 했다…남은 5일은?

국힘 지지율 17% “바닥도 아닌 지하”…재선들 “절윤 거부에 민심 경고”

‘재판소원 육탄방어’ 조희대 대법원…양승태 사법농단 문건 ‘계획’ 따랐나

조희대, ‘노태악 후임’ 선거관리위원에 천대엽 내정

박정훈, ‘항명’ 기소 군검사 재판서 “권력의 사냥개들” 비판

이 대통령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하게 할 것”

동사무소 직원 ‘점 하나’ 실수로 남동생이 남이 되었다

러시아 “돈바스 내놓고 나토 나가”…선 넘는 요구에 우크라전 종전협상 ‘난망’

기초연금 개편, 차등 지급·수급자 감축 검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