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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답 정치

등록 2026-05-21 23:38 수정 2026-05-26 07:47
6·3 지방선거 선거운동 시작 첫날인 2026년 5월21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권영국 정의당 후보(왼쪽부터)가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정용일 김정효 기자

6·3 지방선거 선거운동 시작 첫날인 2026년 5월21일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권영국 정의당 후보(왼쪽부터)가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정용일 김정효 기자


매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이(A)를 타고 출퇴근한다. 통근 시간이 줄면서 삶도 달라졌지만, 지하 50m에 이르는 대심도 터널을 시속 170~180㎞로 달리고 있으면 어지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 어지러움이 물리적 속도 탓인지 삶의 변화 탓인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생활하는 한 시민에게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GTX-A를 매일 이용하는 하루 6만 명 가까운 서울시·경기도민도 그럴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이 이 문제에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 살펴보게 된 까닭이다.

하지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대응은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장으로 일한 정치인의 것이 아니었다. 오 후보는 이번 문제를 “현대건설의 단순 실수”로 치부하며 되레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를 무리하게 쟁점화한다고 비판했다. 시공사가 2025년 11월 이 문제를 최초 보고한 이후 6개월 동안 공사를 중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오 후보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 문제를 최초 보도한 기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오 후보는 ‘정 후보는 제2의 박원순’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에 모든 선거 캠페인을 집중하고 있다. “‘박원순’이라는 상징에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모두 몰아넣고 정 후보와 등치시키는 것”(김민하)이 캠페인의 목적이다.

정 후보는 이런 정치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6·3 지방선거로 구성되는 지방정부의 임기는 2030년까지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감축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해이다. 이 때문에 한겨레21은 기후정치바람(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 녹색연합과 함께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기후·에너지, 생태 정책과 관련한 공통 질문을 보냈다. 그런데 정 후보는 전국의 에너지를 모두 빨아들이는 수도권 서울의 시장 후보이면서도 기후·에너지와 관련한 기후정치바람의 ‘8개 공약·96개 체크리스트’에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오 후보와 경기도지사 후보들도 답변이 없었다.) 녹색연합이 질의한 생태 지역 핵심 갈등 사업이나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피하는 답변을 보내, 이 단체로부터 ‘현안회피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이번호 표지이야기) 정 후보의 선거 캠페인이 ‘부자 몸조심’ 전략이라는 지적을 받는 까닭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전투표 전날인 5월28일 밤 11시 단 한 차례의 법정 티브이(TV) 토론만 실시한다. 서울은 전국 16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늦은 일정과 가장 협소한 토론 기회를 유권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 후보는 오 후보와 권영국 정의당 후보의 추가 토론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원오, 오세훈 후보는 추가 다자 토론을 즉각 수용하라”(선거제도개혁연대)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미래세대의 삶을 외면한 채 오로지 눈앞의 승리에만 매몰된 정치는 시민들로부터 더 이상 정당한 권력을 위임받을 자격이 없다.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끝까지 그런 행태를 고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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