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남 얘기만 해오던 <한겨레21> 기자들이 한 해를 보내며 ‘개인적인’ 올해의 ○○을 꼽아보았습니다. 테니스를 배우다 많은 공을 잃어버리며 “성장했다”고 우기는 서혜미 기자, 동화책 한 권에 울컥했다 설렜다 한 ‘언제나 초심 엄마' 손고운 기자, 잦은 출장에 밑창이 벌어진 등산화를 공개하며 편집장을 은근하게 규탄한 류석우 기자까지. 기자들의 ‘민낯'을 대방출합니다.―편집자 주
단것을 좋아한다. 빵집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커피도 꼭 크림 올라간 것을 고른다. 흔한 붕어빵부터 슈톨렌, 파블로바 같은 외국 이름의 생소한 간식도 찾아다니며 먹는 편.
올 초 마이클 모스의 책 <음식 중독>을 읽고서 그런 식습관이 몸에 좋지 않음을 알았다. 시중에는 설탕과 화학조미료가 든 초가공식품이 넘쳐난다, 생각 없이 먹다보면 그런 음식에 중독된다는 엄중한 경고를 담은 책이다. 액체 설탕의 위험성도 그때 자세히 알았다. 전에는 들어도 무심히 넘겼던 내용인데 체지방률이 경고치에 오르니 그제야 귀에 들리더라.
불안한 마음에 ‘슈거 프리’를 했다. 말린 고구마와 그릭요거트, 방울토마토로 단맛을 향한 욕구를 달랬다. 한동안 뿌듯한 마음도 들고 체중도 조금 줄었으나 부작용도 있었다. 가끔 회사에 들어온 간식을 먹고 나면 계속 자책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운동도 하루만 빠지면 불안해졌다. 건강한 자기관리를 넘어 일종의 강박이 생기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책을 들춰보다 에블린 트리볼리의 <다이어트 말고 직관적 식사>를 읽었다. 사람은 자기 몸이 찾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 신호를 자꾸 무시하고 특정 음식만 먹도록 제한하면 나중에 폭식하게 된다는 조언이다. 괜히 식단 관리한다고 금식-폭식을 반복하지 말고 적당히 자유롭게 먹고 조금씩 운동하면 된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 책을 읽고서 또 한동안 실천했다. 줄였던 간식을 조금씩 먹고 좋아하던 배달음식도 시켜먹었다. 운동도 스케줄 따라 조금씩만 했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더니 점점 괜찮아졌다. 식단 관리하면서 그토록 갈망하던 정크푸드를 막상 먹으니 실망스러웠던 경험도 있다. 역시 난 직관적 식사가 더 잘 맞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그 책도 좋긴 했지만, 또 한 번 스스로를 그렇게 수용해주니 몸에 안 좋은 음식을 한도 끝도 없이 먹게 됐다. 지금도 떡볶이와 달달한 커피를 끊을 수 없다. 초가공식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직관적 식사는 방종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탕후루와 제로콜라가 함께 유행하는 시대, 나 역시도 양극단을 온몸으로 겪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2년 말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는 물었다. 이른 나이에 만성질환자가 돼서 살 것인가, 아니면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인가. 운동량을 더 늘려야겠다고 결심한 차에 친구의 권유로 뒤늦게 테니스 열풍에 올라탔다. 곧 있으면 주 2회 30분씩 테니스 수업을 받은 지 1년이 다 돼간다.
처음 한두 달은 30분 정도 수업이 끝나면 집까지 기어가다시피 했다. 학원에 갈 땐 걸어서 30분이 걸렸지만, 돌아갈 땐 1시간이 걸렸다. 공원 의자가 보이면 일단 앉아서 쉬기 바빴다. 그리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게 아니어도 주먹 크기만 한 공을 라켓으로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서브는 또 어찌나 어려운지. 처음엔 공을 네트 위로 넘기는 것도 간단하지 않았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공을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보내지 못한다. 때때로 내가 친 공이 선생님을 맞히기도 했다. 보통은 선생님이 공을 쳐내거나 피하지만, 전부 다 그럴 수는 없다.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할 때 선생님은 “괜찮다. (맞는 것도) 다 레슨비에 포함됐다”며 당황한 나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요즘엔 공에 맞아도 딱히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 걸까.
1년쯤 지나니 비슷한 시기에 테니스를 시작한 친구들과 공을 네다섯 번 주고받을 정도는 됐다. 처음엔 야구선수의 방망이에 맞은 것처럼 하늘 높이 날아가는 공을 쫓아 줍기에 바빴다. 잃어버린 공도 꽤 된다. 정작 주고받기보다 날아간 공을 줍기 위해 뛰어다니는 게 더 힘들었다. 지금도 홈런을 친 것처럼 공이 멀리 날아갈 때가 많지만 그래도 그 빈도는 제법 줄었다.
‘테친자’(테니스에 미친 자) 같은 테니스 고수들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2023년 서혜미 한 개인에게 테니스는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몇 안 되는 분야다. 좀더 정진해서 내년엔 테니스 동호회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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