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3월21일 설악산국립공원 끝청에서 찍은 등산화. 밑창이 벌어져 케이블타이로 묶었다. 류석우 기자
주로 남 얘기만 해오던 <한겨레21> 기자들이 한 해를 보내며 ‘개인적인’ 올해의 ○○을 꼽아보았습니다. 테니스를 배우다 많은 공을 잃어버리며 “성장했다”고 우기는 서혜미 기자, 동화책 한 권에 울컥했다 설렜다 한 ‘언제나 초심 엄마' 손고운 기자, 잦은 출장에 밑창이 벌어진 등산화를 공개하며 편집장을 은근하게 규탄한 류석우 기자까지. 기자들의 ‘민낯'을 대방출합니다.―편집자 주
2023년은 기자가 된 이후 가장 많은 출장을 간 해다. 회사가 있는 서울을 떠나 취재하러 출장을 간 횟수는 모두 19번(휴가를 위해 찾았지만 프리미어리그 직관 기사를 쓴 영국 런던도 포함). 찾아간 도시는 27개였다. 가장 많이 간 지역은 단연 강원도다. 속초와 고성, 양양, 원주, 평창, 인제를 다녀왔다. 양양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재와 양양공항 취재를 위해 두 번 다녀왔다.
어떤 출장은 몸이 기억한다. 오색케이블카 취재를 위해 설악산에 갔을 땐 13시간 동안 케이블카 정류장과 지주 예정지 곳곳을 돌아다녔다. 끝청에서 등산화 밑창이 벌어져 케이블타이로 동여맸고, 내려오는 길엔 경사가 너무 가팔라 버려진 나무 막대기를 주워 반나절 동안 의지했다. 온몸이 쑤실 정도로 힘들었지만, 몸 곳곳에 설악산의 기억이 남았다.
어떤 출장은 신발이 기억했다. 여름 경북 북부 지역에 집중된 호우로 산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했을 때 예천군과 봉화군 일대를 찾았다. 산사태가 일어난 마을 대부분이 도로가 무너지고 유실돼 걸어다녀야 했다. 비는 계속 내렸고 산 위에서 토사와 흙탕물이 조금씩 계속 내려와 발목이 잠겼다. 함께 현장을 찾은 사진부 김진수 선임기자는 베테랑답게 샌들을 챙겨왔지만, 운동화만 신고 간 나는 이틀 내내 토사가 천천히 스며들었다.
기억하는 출장이 많아질수록 지역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다. 지역에서 마주한 현장엔 늘 주민들이 있었다. 양양에서 만난 한 주민은 서울에 있는 언론사는 고사하고 지역 언론도 외면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국내에 언론사가 2만 개 넘는다는데, 아직도 이야기할 곳이 없는 주민이 넘쳐난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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