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냅이 쓴 <드링킹>이란 책은 알코올중독자 가족을 위한 책이라는데, 내게는 중독된 마음을 노래하는 서사시였다. 나는 중독되기 쉬운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중독이란 무엇인가. 처음엔 어떤 대상이 주는 사소한 기쁨에 길들여졌다가 나중엔 생의 의미를 모두 그 대상으로 대체하는 행위다. 이 구절만큼은 책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쓰인 정의다.
캐롤라인 냅은 이렇게 고백한다. “갈망 대상, 이것만 있으면 너는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얻을 거라는 영혼의 유혹물은 언제나 바깥에서 내 눈을 현혹했다.” 나도 늘 그처럼 목이 말랐다.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에 깊은 절벽이 있어서 그 틈새가 늘 한 방울만 더 채워달라고 갈망하는 것 같았다.
중독 행위야말로 이런 마음에 더없이 어울리는데 처음엔 알코올이나 니코틴은 복잡한 마음의 출구 노릇을 하고 작은 쾌락을 제공한다. 중독의 원칙은 항상 두 번째는 처음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주 이틀째는 전날보다 많이 마셔야 하고, 두 개비를 피우면 맛이 없다며 세 개비를 피워야 한다.
“모든 중독자의 특징은 거짓말이다.” 나도 캐롤라인처럼 항상 어느 정도 즐기곤 그만둘 줄 아는 통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맹렬히 질투하고 부러워했다.
내게 가장 심한 것은 담배, 니코틴 중독이었는데 20년 넘게 계속 피웠다. 목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지난봄 이 책을 읽고 담배를 끊었다. 한 중독에서 다른 중독으로 옮겨다니는 내 마음의 무기력함, 그러면서도 괜찮다고 우기는 자기기만 같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중독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정말 즐거운지를 빤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금연서로 가장 유명한 알렌 카의 <스탑 스모킹>은 중독 대상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중독자들은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데 실은 약물이 강력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자아가 졸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끊을 기력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 중독된 마음의 공통 특징이다.
그러나 중독된 마음은 무엇을 위해 끊어야 하냐고 속삭인다. 중독물이 없어진 세상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캐롤라인 냅은 33살에 담배를 끊고 42살에 폐암으로 죽었다. 알렌 카는 그보다 오래 살긴 했지만 역시 폐암으로 죽었다. 내 스마트폰 금연 앱에 따르면 내가 약 6개월 동안 담배를 끊은 덕분에 20일 정도 더 살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아무래도 수명 연장은 그다지 기대할 만한 보상이 아닌 것 같다. 캐롤라인의 입을 빌려 한 가지만은 간증할 수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면) “인생을 정직과 자기 각성과 치유의 관점으로 살아갈 수 있고, 우리를 술에 빠지게 한 공포와 분노 같은 감정들을 마비시키지 않고 직접 대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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