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 뼈가 아프다. 가슴이 쑤신다.
암에 걸린 남편을 간호하던 나탈리는 다발성경화증(MS) 진단을 받았다. 술고래였으며 화를 잘 내던 남편은 암 진단을 받고 더욱 호전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남편은 증세가 나아질 때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을 참은 대가로 경직, 균형감각 손상, 마비 등의 증상이 찾아왔다. 심리치료사 바브라는 환자를 헌신적으로 치료하다 같은 병에 걸렸다. 그가 소시오패스인 환자를 심지어 집에 데려와 치료하려고 했을 때 첫 다발성경화증 발작을 일으켰다.
다발성경화증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 커다란 트라우마나 스트레스를 겪은 적이 있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부당한 남편과 아이들, 환자의 요구를 결코 거절하지 못하는 그들을 대신해 몸이 ‘아니요’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알렉사는 교사로서 사명감에 쫓겨 자정까지 일하면서도 뭔가 부족한 게 없는지 살피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펜을 잡을 수 없게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고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진단을 받았다. 이 병에 걸리면 근육이 힘을 쓰지 못하다가 나중엔 숨을 쉬거나 음식을 삼키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무엇이 이렇게 신경을 해치는지,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환자들의 특징은 뚜렷하다. “ALS 환자는 왜 그렇게 친절한가?”라는 논문이 있으며 검사원들이 “이 환자는 ALS 환자로 진단할 만큼 성격이 좋지는 않음”이라는 멘트를 남길 만큼 ‘좋은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야구선수 루 게릭,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소재가 됐던 모리 슈위츠 교수 같은 사람이다.
신체와 정신이 밀접히 얽혀 있다는 말이야 그렇다 쳐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 싫은 것을 피할 줄 모르는 태도가, 남을 돌보기 좋아하는 마음이 특정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은 당연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1974년 영국의 한 연구는 유방암 환자들에게서 가장 흔히 식별되는 특징이 극단적인 화의 억압이라고 보고했다. 1952년 여성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한 정신분석 평가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졌다. 이 환자들은 화·공격성·적대감을 적절히 방출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결여됐으며 그 대신 겉모습을 쾌활하게 유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연구진은 해결되지 않은 환자들의 갈등이 극기나 비현실적인 자기희생적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고 느꼈다. 책을 쓴 캐나다 내과 전문의 게이버 메이트는 “중증 질환을 앓던 내 환자들 중에서 삶의 중대 국면에서 ‘아니요’라고 말할 줄 알았던 환자들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몸이 자살골을 넣을 때까지 마음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대부분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두른 사슬이다.
혈연이 얽히는 시간이 다가온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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