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슈 그레이 구블러 제공
‘나는 왜 이런 손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먼 옛날 커다란 초록 왼손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커갈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나만 이런 손을 가져야 하는지. 아이는 목도리로 자신의 한쪽 손을 칭칭 감고 다녔다. 누군가 물어보면 “손이 시려서”라고 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이 외쳤다. “너무 답답해. 숨 쉬기가 힘들어.”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시즌1~15)로 15년 동안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배우 매슈 그레이 구블러(사진)가 두 번째 그림책 ‘나의 커다란 초록 손’(창비교육 펴냄, 심연희 옮김)으로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첫 그림책 ‘바나나 껍질만 쓰면 괜찮아: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못난이 이야기’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성공을 거둔 뒤 쓴 또 다른 ‘괴짜’ 이야기다. 삐뚤빼뚤한 이빨 등 못생긴 외모 때문에 배수구 밑에 숨어 살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궁금할 땐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려고 바나나 껍질을 머리에 쓴 채 고개를 내밀던 ‘못난이’에 이어, 이번엔 초록 손을 가진 소녀 ‘레노어’가 등장했다. 아름다운 모델이자 배우로 주목받는 삶을 살아온 그가 왜 못난이 이야기에 끌리는지 2025년 10월1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림책 ‘나의 커다란 초록 손’의 한 장면. 창비교육 제공
—삐뚤빼뚤하고 특이한 외모를 가진 캐릭터들을 만들어왔다.
“모든 건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짝짝이 양말을 신는 등 어린 시절부터 어딘지 특이한 행동을 했던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평생 자신을 아웃사이더처럼 느끼며 살아왔다고 고백한 바 있다.) 나는 일반적이지 않아 보이는 특이한 인물들을 이야기하는 게 좋다. 감사하게도 사실 우리는 모두 다 일반적이지 않다. 바로 그 점이 우릴 멋지게 만든다. 또 하나, 내 삐뚤빼뚤한 손으로 그리기엔 삐뚤빼뚤한 캐릭터가 더 적합하다.”
—레노어처럼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실은 자신이 숨기고 싶은 부분을 감추며 살아간다. 이야기를 통해 어떤 위로를 전하고 싶었나.
“내게 초록 손을 가진 꼬마 이야기 는 꼭 ‘자신의 일부를 숨기는 것’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경험은 마법과도 같은 일이다. 레노어란 아이가 그의 초록 손과 연결된 존재인 것처럼,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과 서로 연결돼 있다. 재밌는 건 어린아이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데, 어른들만이 이를 종종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에게 읽어주길 바라면서 썼다.”

레노어는 그렇지 않아도 초록색인 손이 말까지 한다는 걸 친구들이 알게 되면 외톨이가 될까봐 걱정하며, 초록 손에게 앞으론 아는 척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손은 “이미 그렇게 해봤다”고 말한다. 사실 레노어만 초록 손을 부끄러워한 게 아니었다. 초록 손도 레노어를 ‘혹’처럼 여겨 부끄러워했고, 실망했고, 외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눈부신 햇빛에 비친 레노어를 바라보고 알게 된다. 레노어는 ‘혹’이 아니라 소녀라는 걸.
—작가이기도 영화감독이기도 한데 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그림책을 택했나.
“나는 그림이야말로 인간이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가장 순수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특정 언어를 알 필요도 없고, 학교를 다녀야 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어떤 나이여야 할 필요도 없다. 어떤 존재라도 눈동자가 있다면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더 훌륭한 작가였다면 아예 글을 하나도 안 썼을 것이다. 그림책은 나에게 전부다. 가로 6.75인치, 세로 8.5인치짜리 내 마음과 영혼의 복제본이다. 그걸 세상과 나눌 수 있음을 큰 행운으로 느낀다.”
—배우로서의 스토리텔링과 그림책 작가로서의 스토리텔링은 무엇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모두 똑같다. 당신 안에는 세상에 건네고 싶은 따뜻한 감정이 있을 거다. 나머지는 그걸 담아 보내는 상자의 모양, 포장지의 차이일 뿐이다. 결국 모두 정확히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나에겐 배우, 모델, 작가 등 다양한 역할이 모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여러 촉수를 가진 한 마리의 갈색 머리 문어일 뿐이기에 어떤 때는 종이를 쓰고 어떤 때는 카메라 렌즈를 쓰고 어떤 때는 눈썹을 쓰지만, 결국 늘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바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앞으론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
“내가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내고 싶은 건 오직 하나다. 다른 누군가, 딱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도록 영감을 주는 것.”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문명교류학
정수일 지음, 창비 펴냄, 5만8천원
‘무함마드 깐수’로 알려진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의 연구가 종합 완결판으로 묶여 나왔다. 문명이 전례 없이 보편성을 띠며 확장돼가는 시대, 호혜적 교류에 바탕을 둔 평화의 정신을 제시하고 ‘문명대안론’을 모색한다. 동·서양인의 문명이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했는지, 근현대 문명담론과 한계는 무엇인지, 한민족은 실크로드 일원으로서 어떤 의미였는지 등을 조명한다.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부키 펴냄, 2만4천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론을 사기극이라고 비난한다. 냉철한 분석을 통한 논쟁이 중요한 시점이다. 환경과학자인 해나 리치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 수석연구원이 기후·에너지·인구·생태계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정리했다. 그는 인류가 ‘빌어먹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아직 기회는 남았다고 말한다.

비평 포럼
소영현 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만6천원
평론가 17명이 2020년대 한국문학을 관통하는 열쇳말 10개를 읽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문단_내_성폭력’ 이후 문학이 고민하고 담아온 여성 서사는 피해자로서의 자리를 극복하고, 혈연 바깥의 새로운 가족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가족·노동·돌봄 문제의 끝에는 계급과 자본이 있고,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비인간과 생태를 사유한다.

우리가 기댄 모든 것
마쓰모토 도시히코·요코미치 마코토 지음, 송태욱 옮김, 김영사 펴냄, 1만8800원
담배를 끊지 않으면서도 일본의 의존증 치료계 권위자인 정신과 의사와 절도·섹스·과식·알코올 등 다양한 중독 편력과 발달장애를 안고서도 자신을 놓지 않은 문학 연구자가 ‘체면’을 내려놓고 주고받은 편지.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경감’이 중독의 본질이라는 관점이 중독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해상도를 높인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홀로 사는 어르신 올해 기초연금 34만9700원…이달부터 7190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1심 구형, 오는 13일로 연기

울산의 한 중학교 졸업생이 1인 시위에 나선 이유

‘윤석열 측근’ 서정욱 “사형 구형될 것, 그러나 과해”

노상원 수첩 속 ‘차범근’…“손흥민 보니까 생각나서” 주장

‘채 상병 수사 외압’ 맞선 박정훈, ‘별’ 달았다…준장 진급
![[속보] “미 대법원, 트럼프 관세판결 오늘 선고 안 해” [속보] “미 대법원, 트럼프 관세판결 오늘 선고 안 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0/53_17679748124762_20260110500023.jpg)
[속보] “미 대법원, 트럼프 관세판결 오늘 선고 안 해”

윤석열 구형 연기에…민주 “침대 재판 시전한 재판부 강력한 유감”
![말해놓고 웃음 터진 윤석열…“계엄 역풍 경고도 안 해주고!” [영상] 말해놓고 웃음 터진 윤석열…“계엄 역풍 경고도 안 해주고!” [영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8/53_17678399102847_20260108501573.jpg)
말해놓고 웃음 터진 윤석열…“계엄 역풍 경고도 안 해주고!” [영상]

지방선거 승리 전망, 여당 43%, 야당 33%…3개월 전보다 격차 커져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인류 죽음의 전문가’가 되짚는 남편의 죽음[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5/1225/2025122550255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