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쉴 음벰베(1957~)의 ‘죽음정치’(김은주·강서진 옮김, 동녘 펴냄)는 제목만으로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생명권력’과 ‘생명정치’를 연상시킨다. 푸코의 저 유명한 개념은 근대 이전의 통치가 신민을 ‘죽게 만들거나 살게 놔두는 권력’ 행사였다면 근대의 통치는 국민을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두는 권력’ 행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죽임의 의지와 살림의 의지가 선명하게 대비되지만, 푸코의 의도는 인간 생명을 인구적 관점에서 효율적 관리(동원과 방치) 대상으로만 보는 근대적 통치술을 들추고 비판하는 데 있었다.
‘죽음정치’는 푸코의 비판에 대한 비판이다. 그가 서구 내부에서 멈춰 섰다는 것이다. 음벰베는 푸코가 멈춘 그 지점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근대 서구는 내재적 동력으로만 이행된 역사적 단계가 아니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필수였다. 생명권력과 생명정치조차 외부에서는 예외였음을 서구 제국주의의 오랜 각축장이었던 카메룬 출신의 철학자가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음벰베는 식민주의 체제에서 주권이 선주민을 살게 만들기는커녕 어떻게 그들의 생명을 집단적으로 배제하고 박탈했는지를 짚는다.
그렇다고 피식민지 출신의 시각과 경험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음벰베는 카를 슈미트의 “주권자란 예외상태에 관하여 결정하는 자”라는 정의와, 슈미트의 ‘예외상태’를 비판적으로 밀고 나간 조르조 아감벤의 ‘벌거벗은 생명’(호모 사케르) 개념을 불러온다. 불러온 이유는 명확하다. 근대 이후의 정치가 예외상태를 법률 질서의 일시적 중단이 아닌 정상적 상태 외부에서 항구적으로 적대적 타자를 창출하고, 그들을 절멸 대상으로 삼으며, 죽음을 조직적으로 배치하는지를 분석한다. 훨씬 중요한 건 예외상태의 현재성이다.
통과가 아닌 차단과 배제의 선으로 기능하는 국경, 순혈주의를 기준으로 분리와 차등의 무기가 된 시민권, 성스러운 의례처럼 자리 잡은 전쟁, 데이터 식민주의, 팬데믹, 극우의 부상, 기후위기…. ‘죽음정치’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직면한 여러 얼굴의 위기가 근대 민주주의의 연속선상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음벰베는 비관적 낙관주의자의 면모를 내려놓지 않는다. 고정된 정체성, 국경, 영토에 귀속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경계를 건너는 ‘통행자’의 윤리와 돌봄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행성적 차원의 ‘공동적인 삶의 윤리’를 제시한다. 324쪽, 2만5천원.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바다어 마음사전
한창훈 지음, 걷는사람 펴냄, 1만6천원
해학적 글쓰기로 호가 난 소설가의 신작 에세이집. 전남 여수 거문도 출신이자 다시 그곳 주민이 된 지은이가 수십 년간 바다와 섬에 기대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경험을 담았다. 그것은 서정적 기억뿐 아니라 핵 오염수 방류 같은 사건이기도 하다. 섬사람들의 생활 문화와 거기에 밴 정서(마음), 그들의 살가운 말(바다어)이 유려한 문체로 오롯이 되살아난다.

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
키에스 레이먼 지음, 이은주 옮김, 교유서가 펴냄, 1만8천원
미국 미시시피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좋은 사람’임을 증명해야 하는 일이었다. 총기와 경찰 폭력, 구조적 인종주의, 엄마와의 긴장 어린 사랑, 힙합과 남성성에 대한 집착 등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픈 질문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13편의 자전적 에세이는 서서히 파괴돼가는 개인, 공동체의 비극을 파헤친다.

쓰는 몸으로 살기
김진해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만원
2022년 11월부터 3년 동안 한겨레21에 ‘무적의 글쓰기’란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무적의 글쓰기’는 겨룰 적수가 없는, 상대를 제압하는 글쓰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적도 친구로 만들고 싶어지는, 현실의 모순과 갈등을 ‘함께 보자’고 제안하는 글쓰기를 말한다. ‘쓰는 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서.

주술 왕국
김가현 지음, 갈무리 펴냄, 1만7천원
윤석열의 손바닥 왕(王)자, 광해군의 불안했던 도참 정치, 연산군의 공포 정치를 심화한 무속…. 왜 한국 정치사에서 ‘무속 논란’은 지긋지긋하게 반복될까? 도참이나 주술은 그 특성상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비선 실세’에 대한 의혹을 불러온다. 대만 국립타이베이대학 등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저자가 ‘권력과 주술의 결탁’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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