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인간이라는 동일한 종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괴물 같은 존재를 ‘뇌과학’이라는 분류법으로 이해하기 위해 애써왔다. 살인 등 중범죄자나 피의자 가운데 3분의 2가 전두엽 비정상이라는 연구도 있고 편도체가 손상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보고도 있다. 사이코패스라는 ‘외계인’을 궁금해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일까?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등의 사건을 통해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을 무감각하게 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을 것이다.
뇌과학 연구를 소개한 <범인은 바로 뇌다>(알마 펴냄), <평범했던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지식의숲 펴냄) 등 사이코패스 심리학에 대해 쓴 예전 책들이 극악무도한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주로 탐구해왔다면, 요즘은 그 대상이 나를 향한다. <괴물의 심연>(더퀘스트 펴냄)과 <나, 소시오패스>(푸른숲 펴냄)가 2015년과 2014년에 한국에서 번역됐다.
신경과학자면서 의사인 제임스 팰런은 사랑하는 세 아이를 둔 행복한 유부남이다. 그는 어느 날 여러 장의 뇌 스캔 사진을 살펴보다가 사이코패스 뇌 사진이 잘못 섞여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와피질, 복측피질, 측두피질뿐 아니라 연결 조직까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담고 있는 그 사진은 바로 자신의 것이었다. 알고 보니 조상 중에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사람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유전적 요건도 갖췄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을 못하니 공감하는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살아왔다. 일단 자신의 심리 세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그 속에서 가벼운 조증과 우울을 오가는 양극성장애의 활기를 타고 살아온 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테드 강연에서 <괴물의 심연>을 통해 자신이 사이코패스임을 ‘아우팅’했다.
<나, 소시오패스>를 쓴 M.E. 토머스는 변호사며 법학교수다. 그는 자신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진정으로 느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 소시오패스라고 자기진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두 책의 지은이 모두 “일반인 코스프레 하는 어려운 일상”에 대해 토로하지만, 자신의 본성을 알고 사회와 윤리의 통제에 적당히 따르기로 한 그들이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 “도덕적 정체성이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정체성조차 없다”는 이 비정상 존재들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야말로 위험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마음속엔 괴물이 산다. 우리는 대체로 폭력성과 몰인정, 공감 능력을 한 마음에 품고 산다.
남은주 <한겨레>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