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위용을 경험하면서 마음과 뇌를 같은 말로 부르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갑자기 현실감을 갖게 됐다. “앞으로 언젠가는 해마와 시상 그리고 대뇌변연계를 통과하는 모든 신호를 컴퓨터에 기록하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 단언을 반박하기도 어려워졌다.
2013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국정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첨단혁신 신경공학을 이용한 두뇌연구(BRAIN) 프로젝트에 연방연구기금 3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EU)에선 ‘인간두뇌 프로젝트’에 11억9천만유로(약 16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두뇌연구 프로젝트가 뉴런 분석을 통해 살아 있는 뇌의 신경망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라면, EU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뇌를 시뮬레이션한다.
인간 두뇌를 성공적으로 탐사하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과학자들은 두뇌 역설계를 이용해 특정 정신질환의 원인을 찾을 수 있고 고장난 정신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신적 외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짜 기억을 심거나 인간의 지능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심지어 두뇌 스캔 기술을 이용해 꿈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과학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마음에 개입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목적은 꿈을 그저 들여다보는 수면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꿈의 내용을 생산하는 두뇌 영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는 한 과학자의 말 그대로다.
끈이론과 평행우주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가 쓴 <마음의 미래>(김영사 펴냄)가 미국에서 출판되기 전부터도 뇌 결정론적 주장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논쟁은 이미 무르익고 있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잠정적이다.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신경을 재현하는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해서 인간 마음이 완벽하게 복제되는 날이 오리라는 결론은 비약이다. 양자적 효과 때문에 로봇과 인간은 결코 같아질 수 없다고 믿는 책의 결론은 이렇다.
“사람의 자유의지는 정말로 존재하는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유의지는 완고한 개인주의자들이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우리는 모든 선택을 자신의 뜻대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이미 결정된 수천 가지 요인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는 영화 속 배우라는 뜻은 아니다. 영화의 결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양자적 효과와 혼돈의 미묘한 조합이 결정론적 요소를 붕괴시킨다. 결국 우리는 언제까지나 운명의 주인으로 남을 것이다.”
남은주 <한겨레>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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