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지 못해 안달이라면 사회적으론 칭찬받겠지만 상담실에선 대체 왜 그러냐고 물을 것이다. 남을 돕지 않고 있을 땐 갈망이나 허기 같은 것을 느낀다면 더욱 그렇다.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한 뜻과 행동을 폄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할 때만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누군가를 돕는 사람으로서의 자신만이 특별히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책(<무력한 조력자> 볼프강 슈미트바우어 지음, 궁리 펴냄)에서는 ‘조력자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소진될 때까지 남을 돕는 일, 실은 자신의 숨겨진 갈망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자살률은 다른 집단에 비해 2.5배 높다. 의과대학생 47명을 30년 동안 추적 조사해보니 36%는 향정신성 약물, 술이나 다른 마약을 복용한 일이 있고, 17%는 정신병동에 입원한 일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다른 사람이 약함과 무력함을 호소하고 도와달라고 할 땐 반기지만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자아상에는 그런 ‘오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조력자들은 어느 순간 급히 무너진다.
약함을 ‘오점’이라고 했다. 일상생활의 심리학에선 선한 행동엔 선한 동기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신분석은 실패한 자기애를 바탕으로 도덕적으로 이상적 기준을 향해 노력하는 행위엔 결국 어떤 방어기제가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 보호받지 못했던 경험이 쌓여 있는 손상된 자기애를 지닌 사람들이 남을 돕는 방법으로 그 허기를 채우려 애쓴다는 것이다.
먼저 도움을 받아야 할 자기애적 욕구가 분노, 슬픔, 절망의 벽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내 꿈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이었다. 커서는 돕고 함께 목표를 이루는 관계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다른 일상적인 관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 상담사는 내가 절대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정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지적하곤 했다. 인생이 높이뛰기 같았다. 1m를 뛰어오르는 데 성공하면 막대를 10cm 더 높여야 했다.
의사, 사회복지사, 상담사 등 남을 돕기 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소진 직전에 이른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선한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랬다. 비슷한 증후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도와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거나 비판하면 정신적 균형을 잃기도 한다면 처방은 하나뿐이다. 자신이 우선 자신을 위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한다.
남은주 <한겨레>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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