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4~6살 아이들 65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1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하고 아이를 방에 혼자 남겨뒀다. 아이들 중 3분의 1 정도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려 상을 받았다. 실험의 개요는 15년 뒤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던 아이들이 먹었던 아이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더 뛰어났으며 가정과 학교 생활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육아책과 교육서에 인용되는 마시멜로 실험은 부모들에겐 ‘상식’이다.
나도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마시멜로 실험을 해본 적 있다. 결과는 기억나지 않는다. 4살짜리 아이의 자제력을 평가해 어른이 되었을 때 성공 여부를 알고 싶다는 욕구는 당장 마시멜로를 입에 넣고 싶은 유혹만큼이나 강력했다는 것만 기억난다.
월터 미셸이 쓴 <마시멜로 테스트>(한국경제신문 펴냄)라는 책은 자제력을 예찬할 뿐 아니라 충동을 억제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전한다. 참을 줄 아는 능력은 삶의 전개 방식을 바꿔놓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자제력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제력을 습관화하기 위해서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동화되고 본질적인 보상을 안겨줄 때까지 말이다.”
현재의 즐거움을 미루고 훗날의 약속에 충실한 사람들이 더 큰 상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청교도 정신에 부합하는 것으로 미국엔 “마시멜로를 먹지 마!” “나는 마시멜로 테스트를 통과했어요”라고 적힌 아이들용 티셔츠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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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학잡지 <스켑틱> 한국판 2호를 보니 심리학계에선 마시멜로 실험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듯하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모두 스탠퍼드대학 교수나 대학원생의 자녀였다. 또 후속 연구는 뒤늦게 결정돼 653명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15년 뒤 학업성취도는 653명 중 94명의 대학입학자격시험 결과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반론에 따르면 마시멜로 실험은 표본의 대표성부터 실험 결과 신뢰도까지 문제가 있는 셈이다.
또 어떤 학자들은 마시멜로를 먹고 안 먹고가 과연 자제력 차이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양육자의 말을 믿기 때문에 기다릴 줄 안다. 불안정한 양육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 형제가 많아서 먹을 것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은 참아야 할 이유가 없다.
미셸도 책에서 성장 환경이나 유전의 영향력을 실험 통제에 반영했으며 그럼에도 자제력을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고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은 자제력 대신 순발력이나 경쟁심 등 성공에 필요한 다른 능력이 발달한 것은 아닐까? 현재의 만족을 미룰 줄 아는 것만큼이나 원하는 것을 당장 성취하려는 마음도 중요하지 않은가? 가끔 심리학에 필요한 것은 진짜 상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은주 <한겨레>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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