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칸은 인도 북부(파키스탄) 출신으로 194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하면서 정신분석학과 만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안나 프로이트 등 빈학파가 피신해온 영국은 정신분석의 새로운 근거지면서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관계이론과 프로이트 학파 등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하는 격전지였다. 마수드 칸의 일대기를 그린 책 <거짓자기>(린다 홉킨스 지음, 눈 펴냄) 초반부를 보면 지적 열에 들떠 있는 당시 정신분석운동 진영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칸은 클라인과 함께 대상관계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위니캇에게 정신분석을 받았고, 위니캇의 주요 책들을 함께 편집했다. 나중엔 그를 뛰어넘는 통찰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에게 그의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칸이 식민지 출신의 낯선 지식인이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반유대주의적 문건을 발간하고 내담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알려져 영국정신분석협회에서 제명되는 등 불명예스러운 추락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칸은 많은 환자들에겐 탁월한 치료자였지만 그 자신은 끝내 어린 시절의 유기 공포와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신분석의 실패 사례다. 당대 정신분석학에서 항상 새로운 주제들을 끄집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었지만 자신은 영광스러운 봉건시대라는 심리적 배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 모순과 분열의 인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양극성 정신장애와 공황장애를 지고 살면서도 진료를 계속했던 그는, 심지어 치료실에서도 성관계를 가지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기도 했다. 그가 위니캇과 함께 매달렸던 ‘참자기’와 ‘거짓자기’라는 자아분열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그 자신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불행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우리는 정신분석에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정신분석은 치료 방법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지독한 탐구 방법인지도 모른다.
한 정신분석가의 일탈을 고발하는 ‘상담실이 위험하다’는 기사를 쓴 뒤 생각지도 못한 의뢰를 많이 받았는데, 믿을 만한 심리상담사나 정신분석가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이다. 내가 성형외과를 고발했더라면 병원에서 의사 못지않게 수수료를 챙긴다는 ‘실장님’이 될 수도 있었겠다 싶을 만큼 많다. 갈수록 치료실로 누군가를 보내는 일이 망설여진다. 정신분석을 받기 위해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나는 모른다. 당신이 애초 상상한 길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마수드 칸의 전기를 읽으며 분석받는 사람들이 오아시스를 들른 뒤 걸어가야 할 긴 사막을 상상하곤 했다. 어쩌면 평생 자신과의 합일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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