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지배한 책은 단연 다. 지난 2~12월 41주 연속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만 80만 부 넘게 팔리면서 심리학 분야뿐 아니라 전체 책 판매 기록을 다시 썼다. 저자인 일본 심리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은 그 뒤 한국에서 14권이나 번역됐고, 대부분이 인문학 분야에서 많이 팔린 책 50위권 안에 들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주기적으로 심리학 서적이 인문서 시장을 들썩였다. 2002년 출간된 (로버트 치알디니, 21세기북스)이 80만 부 넘게 팔린 것이 시작이었다. 2005년 나온 (로렌 슬레이터, 에코의서재)는 ‘심리학’이라는 프레임을 거치면 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편집자들에게는 판매 부수 못지않게 이 점이 중요했다.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이 연구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라는 사실에 놀랐던 그때가 기억난다.
심리서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질문을 안고 있기 때문에 크게 흥했던 책에선 그 답까지는 아니더라도 공통 감정 같은 것을 담고 있다. 두 책 합쳐 90만 권 넘게 팔린 와 는 본격적인 세대 심리학의 시작이었다. 돌아보니 그때는 모든 콘텐츠가 성장담으로 통했다. 불완전한 이야기, 후진 드라마, 심지어 막무가내식 대화법에도 ‘성장통’은 만능 땜질이었다. 마치 후배들에게 밀려서 졸업을 하고, 더 이상 받을 교육이 없는 세대가, 돌아갈 학교가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어른이 되어도 좋은 건지, 어떻게 나이 먹어야 할지 묻고 있는 형국이었다.
두 책의 저자 김혜남씨는 그 뒤를 이은 힐링 열풍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제가 요즘 유행하는 힐링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좀 고쳐놓고 싶어요. 힐링이 오히려 아픈 사람을 양산하고 있거든요. 일상생활은 우리가 하기 싫은 일투성이예요. 그걸 갈등으로 여기고 풀 생각을 안하고 병으로 만들면 개인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져요.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죠.”( 2015년 5월호 인터뷰)
이나 의 기시미 이치로가 강조하는 점은 과거를 고칠 수 없으므로 현재의 문제는 지금 내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 공허한 위로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자신의 책임을 묻는 말이 속 시원했다. 게다가 ‘미움받을 용기’ ‘평범해질 용기’의 ‘용기’란 ‘포기’와도 같은 말이다. “원래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라. 그게 이해의 출발점이다.”( 기시미 이치로, 살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적당한 체념, 이것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 올해 우리가 찾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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