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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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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숨통’ 바닷길마저 막은 이스라엘

등록 2025-11-06 22:09 수정 2025-11-09 09:10
2025년 11월5일 이스라엘군이 외신기자의 접근을 허용한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셰자이야 지역이 2년여에 걸친 전쟁으로 폐허가 돼 있다. AP 연합뉴스

2025년 11월5일 이스라엘군이 외신기자의 접근을 허용한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셰자이야 지역이 2년여에 걸친 전쟁으로 폐허가 돼 있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는 면적이 약 360㎢에 불과한 좁은 곳이다. 땅길 삼면은 이스라엘이 막아놨다. 서쪽으로 약 40㎞는 지중해와 맞닿아 있다. 바닷길은 가자의 유일한 생존 통로다.

세계은행이 2020년 낸 자료를 보면, 가자지구 주민 1만8천여 명이 어업에 종사한다. 이들의 가족을 포함해 11만여 명이 바다에 기대어 산다. 해마다 약 4600t의 어획고를 올렸고, 물고기 양식으로 750t을 추가로 확보했다. 땅길이 막혔을 때 바다는 가자 주민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전쟁과 함께 바닷길도 꽁꽁 막혔다. 바다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쪽 자료를 보면, 2024년 12월11일 기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가자지구 어민은 200명에 이른다. 이스라엘 쪽은 해군 함정은 물론 무인기까지 동원해 가자지구 어민을 공격했다. 노를 저어 움직이는 무동력선까지 표적이 됐다. 이스라엘군은 2025년 1월 아예 바다 자체를 ‘출입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물고기를 낚는 것도, 헤엄치는 것도 금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5월29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주민의 어업 활동이 전쟁 이전의 7.3% 수준까지 추락했다”고 전했다. 어선도 대부분 파손된 터다. 그럼에도 굶주린 주민들은 물고기를 낚기 위해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더러 죽고, 다치고, 끌려갔다. 2025년 10월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단체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가자지구의 바닷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761일째를 맞은 2025년 11월5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6만8875명이 숨지고 17만67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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