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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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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베트남 유학생 인신매매’ 브로커 징역 2년 실형이 남긴 질문

인신매매 처벌 공백 속 50대 남성 브로커 실형 선고에 벌금형까지 받아
등록 2026-06-04 22:34 수정 2026-06-08 13:27
한국에 입국해 경남 김해시에 있는 영진직업전문학교에서 용접 교육 등을 받았던 베트남 연수생들이 2026년 1월25일 오후 영진직업전문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김해(경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에 입국해 경남 김해시에 있는 영진직업전문학교에서 용접 교육 등을 받았던 베트남 연수생들이 2026년 1월25일 오후 영진직업전문학교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김해(경남)=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나라엔 국제기준에 맞는 인신매매 정의(각주 참조)에 따라 인신매매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률이 없다. 현행 형법의 인신매매죄는 여전히 ‘매매’만을 처벌한다. 인신매매 사건 브로커(중개인)가 수사받고 처벌까지 받는 사례가 극히 드문 이유다. 그런 가운데 취업활동을 할 수 없는 베트남 기술연수생(유학생)들을 제조회사로 데려가 강제로 일을 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받은 50대 남성 브로커가 실형을 선고받아 눈길이 쏠린다.

2026년 6월8일 한겨레21 취재 결과, 창원지법 형사2단독 정지은 부장판사는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횡령, 강요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아무개(52)씨에게 5월15일 징역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일명 ‘베트남 유학생 인신매매 사건’의 브로커로 활동했다. D-4-6(우수 사설교육기관 외국인 연수) 비자를 받고 2023~2024년 한국에 입국해 경남 김해에 있는 영진직업전문학교(영진학교)에 입학한 베트남 유학생들이 속박·사기·통제 등의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한겨레21이 제1600호 표지이야기로 전한 적이 있다.

피해 유학생들은 거액의 교육비(학비·기숙사비·실습비·교재비 등)를 내고도 학교에서 부실한 교육을 받았고, 한때 여권을 빼앗겼으며, 열악한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유학생 중 일부는 김씨에 의해 2023년 9월 전남에 있는 제조업체 3곳에서 강제로 일해야 했다.

“현장교육”이라던 강제노동

영진학교 ‘국제교류처장’으로 활동하며 피해 유학생들을 모집한 김씨는 취업활동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갖지 않은 피해 유학생들의 고용을 알선하고, 피해 유학생들이 받아야 할 임금을 횡령했으며, 피해 유학생들이 일을 안 하면 체류 기간 연장 없이 출국시킬 것처럼 위협해 그들이 계속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2025년 12월18일 기소됐다.

김씨는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피해 유학생들이 제조업체에서 일하도록 한 것은 취업 알선이 아니라 ‘현장교육’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받은 체류자격 D-4-6은 원칙적으로 경제활동이나 취업활동을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현장실습을 갈 수 있는 경우에도 체류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경우여야 한다”며 “이러한 요건은 출입국관리소 하이코리아(HiKorea) 홈페이지(누리집)에 공개되어 있어 외국인 근로자 국내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 역할을 했던 피고인으로서는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판장의 판단이다. 피해 유학생들이 일한 제조업체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에 비춰볼 때 피해 유학생들과 제조업체는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도 재판장은 밝혔다.

비자를 무기 삼은 통제

강요죄에 대해 김씨는 피해자들 관리자로서 정당한 학사 관리를 한 것이지 해악을 고지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피해자들에게 협력업체에서 일하지 않을 경우 불법체류자(미등록외국인) 자진출국신고서를 작성하라고 했고, 현장교육을 거부하고 이탈하는 경우 피해자들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한 점 등에 의하면 (…)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역시 아무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장은 이어 양형(형벌 정도를 정함)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혀 진지한 성찰과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5월20일 항소했다.

피해 유학생 19명 중 2명은 이미 출입국 단속으로 강제 추방됐고, 다른 유학생 16명은 G-1(기타) 또는 D-4-1(한국어 연수) 비자를 받고 국내 체류 중이다. 16명 모두 성평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으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남은 1명도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았다고 성평등부가 4월28일 밝힌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우리나라가 2015년 12월 발효한 ‘유엔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는 성적 착취, 강제노동이나 강제고용, 장기 적출 등의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이나 무력 행사,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 남용이나 취약한 지위 악용 등에 의해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것으로 ‘인신매매’를 정의한다.

1600호 표지이야기: 국가의 방조 K-인신매매
<5억동 내고 와서 곰팡이 핀 원룸…급여 떼이고, 교육 못받고 고립과 협박>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779.html
<‘인신매매 브로커’ 처벌 조항이 없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790.html
<법무부가 인신매매 ‘설계범’>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7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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