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지는 인정해야 한다. 한동훈은 확실히 보수를 들었다 놨다 한다.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한동훈은 연고도 없는 지역에 혈혈단신 출마해 30%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금 그는, 떨어지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르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2026년 5월10일 한동훈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한동훈 대통령”을 외치던 지지자들과, 불과 600m 떨어진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개소식에서 “진짜 북구 사람”을 외치던 사람들은 ‘우리가 남이가’ 정서를 공유하는 같은 보수가 아니었다. 서로를 미워하고 저주하는 것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반사체 같아 보였다.
한동훈의 출마 이후 정치권과 언론은 그럼에도 이를 ‘보수 결집’의 신호탄으로 해석해왔다. 최근 영남권 여론 흐름이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긴 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여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 논란,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한 사법개혁 메시지 등이 보수층의 위기감을 자극하며 “그래도 민주당은 안 된다”는 정서를 다시 호출하고 있었다.
다만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최근 흐름을 ‘보수 결집’이라고 부르기에 설명되지 않는 장면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서울대 박종희 교수의 말처럼, 지금 나타나는 흐름은 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힘으로 이동한다기보다 원래 존재하던 보수 유권자가 선거를 앞두고 다시 응답하기 시작하는 ‘재배열’ 과정에 가깝다. 영남 보수는 다시 움직이고 있지만, 한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라기보다 패배와 고립에 대한 불안에 가까워 보였다.
그 불안의 한복판에 한동훈이 있다. 그는 지금 보수의 가장 강력한 가능성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변수다. 보수층의 이탈을 불러오면서도, 역설적으로 보수 담론 자체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존재다. 그러나 그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 후보이기도 하다.
장동혁 지도부를 보는 보수층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윤 어게인’ 정서에 기대 위기를 수습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한동훈 역시 ‘새로운 보수’를 말하지만, 동시에 윤석열 시대의 보수 지지층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 속에 놓여 있다. 결국 그는 윤석열 이후를 말하면서도, 윤석열 시대가 남긴 정치적 기반 위에 싸워야 하는 모순 속에 서 있다. 이번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 보수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기 존재를 설명하고, 서로를 공격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싸움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보다 더 치열하고 더 깊은 상흔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선거는 결국 숫자로 끝난다. 이번 선거에서 영남은 다시 보수 정체성 투표로 국민의힘을 살려낼까. 아니면 새로운 보수를 자임한 한동훈에게 가능성을 실어줄까. 혹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 속에 민주당의 확장 가능성을 선택하게 될까. 답은 6월3일이 돼야 알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영남 보수는 지금 ‘윤석열 이후 어떤 보수로 살아갈 것이냐’는 질문 앞에 서 있다는 점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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